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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제 심상찮다] 고유가에 깊어가는 경제주름살
입력2003-02-20 00:00:00
수정
2003.02.20 00:00:00
정문재 기자
내수침체라는 내우(內憂)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가 중동발(發)악재에 따른 세계경제의 둔화라는 외환(外患)까지 겹쳐 병색이 짙어지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마침 이날 `2003년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는 여전히 튼실하며 올해와 내년에 5.5%~6%대의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지금 돌아가는 우리경제 상황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한국은행이 이미 올해 경기둔화를 예고했고, 물가와 실업률이 다락같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OECD의 진단은 좀 한가하다는 얘기다. IMF(국제통화기금)의 전망대로 선진국들마저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는 판에 한국만 건실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선진국이 기침하면 독감이 든다`는 한국경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중병에 걸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의 파장이 우리 경제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파장, 경제에 깊은 주름살=작년말부터 강도높은 가계대출억제와 부동산경기진정책으로 내수경기가 싸늘해져 있는 터에 국제유가가 급등해 수출 등 각 부문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물가앙등은 불을 보듯 불가피해졌다. 경기가 안좋을 것이라는 불확실성이 계속 확산되면서 소비는 그야말로 내리막길이다. 예를 들어보자. 소비재 판매액지수는 작년 10월 8.1포인트를 기록한 후
▲11월 5.3포인트
▲12월 3.0 포인트 등으로 계속 곤두박질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올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이달중 백화점 등 유통업체 매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투자도 거의 바닥수준이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11월에는 6.2%에 달했지만 12월에는 다시 2.5%로 떨어졌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북핵문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의 투자심리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전경련이 조사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89.3으로 1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가 더블 딥(이중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수 침체에 이어 대외여건이 계속 악화될 경우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 물가상승, 경상수지 적자 등 3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한은 관계자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의 경제불안이 외부요인에서 비롯된 만큼 선뜻 경기부양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무역전선도 무너져=임금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 기존의 물가상승 요인에다 유가마저 큰 폭으로 뛰어올라 물가불안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1월 원재료 가격은 이미 10%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더욱이 다음달에는 서울시 지하철 및 버스 요금도 100원씩 오른다. 특히 지난해 제조업명목임금 상승률은 12%로 지난 99년(14.9%)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임금상승은 곧 서비스 요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물가상승 요인이 첩첩히 쌓여 있는 셈이다.
게다가 올들어 무역수지도 적자행진을 지속하면서 새로운 물가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수지적자가 이어지면 원화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물가상승폭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전쟁 종결 시기에 따라 경제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섣불리 경기부양에 나서면 물가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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