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디스 쇼크와 대응과제
입력2003-02-14 00:00:00
수정
2003.02.14 00:00:00
얼마 전 무디스가 한국 국가신용전망을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긍정적에서 안정적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무디스는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도 지난해 안정성장세를 이어온 한국경제를 높이 평가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금년 들어 불거진 북핵 문제가 조기에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자 무디스는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를 급히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외국신용평가 기관의 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97년 12월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불과 두달 전 A등급에서 투기 등급으로 4단계나 하향 조정, 외국인들의 대한(對韓) 투자를 대량 회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무디스의 성급한 태도 변화는 국제금융가에서 적절한 의사결정으로 평가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S&P 등 유사 신용평가 기관들은 한국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일부 투자금융 기관들은 한국의 투자비중을 현행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이라크전쟁 등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해소되면 오히려 늘릴 것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우리 금융시장은 일시적으로 불안했으나, 아직까지 본격적인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곧바로 안정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서 미국 공화당 정부의 전통적인 대외전략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80년대초 `레이건` 공화당 정부의 대외전략의 초점은 `국가안보`였다. 냉전시대 미국 안보의 최대위협 요인은 `악의 제국`으로 분류되었던 구 소련의 핵 공격 능력이었다. 이에 레이건 정부는 유화정책보다는 대소련 핵 우위 확보를 위한 군비확장정책이라는 강공책으로 대응하였던 것이다. 결국 소련은 군비경쟁에서 경제력의 한계로 군축협상에 응하게 되었고, 개혁럭낱姸ㅓ??채택 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미국의 독주체제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당연히 현재 부시 미공화당 정부도 9.11테러를 계기로 대외정책의 초점을 경제문제보다는 전통적인 `안보렛倂끝??맞추고 있다. 지난해 연초이래 미국정부는 본토의 안전을 위협하는 유일한 세력인 테러집단을 소탕하기 위해서 국경 없이 전선을 확대할 것을 천명했다. 즉, 미국정부는 테러집단들에게 핵 및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은 이라크, 이란 및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완전 무장 해제를 대외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현재까지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를 우선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으나, 이라크 문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본토 안보를 위해 엄격한 군사, 외교적 원칙을 적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혹시 생리적으로 미국 행정부의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만일 미국의 강경책과 북한의 벼랑 끝 대응책이 맞부딪치면 한반도 긴장상태는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한국의 국가신용도도 크게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우리경제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은 이뿐이 아니다. 이라크 전쟁 우려로 유가가 급등하고 있고, IT(정보기술) 산업의 쌀인 반도체의 국제가격은 폭락하고 있어서 최근 우리의 교역조건은 97년 못지 않게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마저 약세로 반전되어 원화를 절상시키고 있어 우리기업의 수출채산성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국가 신용등급이 조정될 것으로 보이는 오는 4월엔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 하겠다.
요컨대 금년 중 한국경제의 안정성장을 위해서는 우리 국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대북정책을 정립하고 합리적인 경기안정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새 정부의 가장 시급한 국가과제가 되어야 한다.
<정문건(삼성경제연구소 전무)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