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현상이 이어지면서 고액자산가들이 해외채권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요 PB센터에는 해외채권 투자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투자 규모도 늘고 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억6,236만 달러로 쪼그라 들었던 해외채권 결제대금은 올 1월과 2월 각각 16억5,602만달러, 12억798만 달러로 늘어났다. 2월 말 매수 채권 누적 규모도 69억1,165만달러로 지난해 말(68억516만 달러)과 전년 동기(55억1,479만)보다 늘어났다.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저금리 기조도 지속돼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신흥국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주일 삼성SNI 호텔신라 PB팀장은 "7~8년 만기의 은행 후순위 채권에 투자해도 수수료와 세금을 떼면 수익률이 간신히 3%를 넘는다"며 "상대적으로 수익이 좋은 신흥국 채권 투자를 문의하는 슈퍼리치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수요가 몰리는 투자처는 단연 브라질국채다. 브라질국채는 한국과 브라질 간의 조세 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 지난해 말부터 주요 세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변주열 미래에셋 WM강남파이낸스센터 센터장은 "브라질 국채는 비과세를 하고도 7~8%대의 수익이 나오다 보니 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이 2010년 시작한 브라질국채 판매는 누적 금액이 1조1,485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두달 새 1,423억원이 들어왔다.
이머징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도 가입 문턱(금액)이 높은 상품을 잇따라 판매대에 올리고 있다. KDB대우증권이 지난 1월 28일부터 시작한 터키 국채 매매중개에는 40억원이 유입됐다. 최소 가입금액이 1,000만원으로 높았지만, 국내 금리 대비 높은 수익률이 매력으로 부각되며 판매 초반 성적치고는 나쁘지 않은 셈이다. 판매중인 터키 국채는 만기 10년 물과 15개월 물로 세전 만기수익률이 각각 6.52%, 5.84%다.
삼성증권도 2월 19일부터 최소 가입금액이 2,700만원(30만 페소)인 멕시코 국채 매매 중개를 시작했다. 삼성증권이 파는 멕시코 국채는 잔존만기 4.4년과 9.4년 두 종류로 표면 이율이 각각 5%와 6.5%다. 만기까지의 이자 재투자를 감안하지 않은 연 평균 예상수익률(세전)은 각각 4.24%, 4.57%다. 브라질국채는 비과세, 터키와 멕시코 국채는 토빈세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주일 팀장은 "채권 금리 측면에서는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국가 투자등급이 A등급 이상은 아니지만 경기가 양호한 나라들은 금리가 5% 안팎이다 보니 투자자들이 매력을 많이 느낀다"며 "이와 함께 현재 환 방향성 예측이 가능한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등을 병행 투자하는 똑똑한 투자자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변액보험 문의도 많다. 신혜진 우리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은 "최근 모 생명보험사에서 내놓은 해외변액보험 상품의 경우 이머징 해외채권형펀드를 편입하고 있는데, 해외채권형펀드는 현재 매매차익의 15.4% 과세가 있지만 해외변액보험에 편입되면 비과세가 돼 인기를 끌고 있다"며 "비과세라는 세테크와 이머징 시장의 매력이 맞물리면서 관심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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