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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소비자물가 3개월째 0%대 상승… 14년만에 처음

"디플레 아냐"… 섣부른 금리인하는 경제에 독 키워<br>양호한 기상여건 원高 덕분…공공요금이 물가 지탱<br>"최근 저물가는 농산물 등 공급측면서 발생한 것일뿐"


물가상승률이 저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14년여만에 처음 3개월 연속 0%대 상승이라는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숫자상으로는 기준금리 인하 목소리가 나올 법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변수가 녹록하지 않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올랐다. 지난 9월(0.8%), 10월(0.7%)에 이어 3개월째 0%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0%대를 유지한 것은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1999년 7~9월 이후 처음이다.

전월대비 상승률은 0.1% 떨어지며 2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월대비는 물가변동의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물가 흐름이 저공비행을 넘어 하락세로 꺾였다는 얘기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년보다 1.8%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올해 들어 단 한번도 2%를 넘어선 적이 없다. 전달에 비해서도 0.3% 오르는데 그쳤다.

물가가 하향세를 보이는 것은 기상과 환율 덕분이다. 양호한 기상여건과 환율 하락(원화 강세)으로 농축수산물 가격과 원유 수입가가 떨어진 것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웃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채소 가격 하락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내리며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렸다. 구입빈도가 많은 생활물가도 0.2% 오르는데 그쳤다.

아이러니하게도 물가를 지탱한 것은 공공요금이다. 도시가스(5.3%), 전기료(4.7%), 지역난방비(5.0%) 등이 올랐다. 지난달 21일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요금이 인상된 탓이다. 서민생활을 옥죄는 전세(3.0%)와 월세(1.5%)도 오름세를 이어갔고, 각종 의류도 지난해보다 가격이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이 전반적인 저물가를 이끄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지난달보다는 낙폭이 줄어들면서 상승률은 전달보다 다소 확대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0%대 저물가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이 있지만, 경기 활력의 저하를 초래하는 디플레의 전주곡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물가상승률을 2% 안팎으로 유지하려는 것도 디플레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만 정부는 디플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저물가는 농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측면에서 발생한 것인 만큼 디플레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다음달부터 물가상승률이 1%대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을철 수확기가 끝나면서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데다 11월 중순이후 상승하기 시작한 국제유가가 12월에는 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리를 내릴 때가 온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년에 경제활성화에 총력전을 기울일 태세인데다, 막 살아나기 시작한 경기회복의 불씨를 키우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1~11월 누적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2%에 크겨 한국은행의 중기은행 물가안정목표치(2.5%~3.5%)의 하단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한은 입장에서도 물가관리 실패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저물가 상황을 디플레로 단정짓기 어려운데다 내년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내년에는 보육료 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무상보육이 물가상승률을 0.4~0.5%포인트 가량 낮춘 것으로 추산되는데 내년에는 이런 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상승률이 전반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무상보육 등 정책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사실상 1%대 중반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대외변수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는 상당기간 현 수준이 유지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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