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을 맞는 진로(대표 윤종웅)는 감회가 새롭다. 지난 97년 부도 이후 2005년 하이트에 인수되기까지 화의, 법정관리, 상장 폐지, 피인수 등 갖가지 곡절과 아픈 과거를 묻고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대어’로 화려하게 재등장하기 때문이다. 1924년 창립된 두꺼비 진로는 84년동안 서민들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주(酒)로 자리매김해왔다. 부도로 기업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후에도 ‘두꺼비를 외국에 뺏길 수 없다’는 전국민의 응원에 힘입어 오히려 소주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는 기현상을 낳으면서 ‘참이슬 신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진로가 상장 폐지 5년, 부도 11년 만에 오는 9일 재상장을 신청한다. 주식시장에 재등장하는 ‘황금 두꺼비’ 진로가 또 한번 황금알을 낳는 신화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상장 준비는 끝났다= 재상장을 앞둔 진로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시그널에 고무돼 있다. 진로는 지난해 3ㆍ4분기 순익 346억원을 달성하면서 부도 이후 처음으로 자본잠식 상태에서 탈출했다. 서울 서초동 건물 일부를 390억원에 매각해 사내 유보했다. 인근의 구 본사 사옥도 매각 교섭을 진행중이다. 진로측은 이 건물 가치를 1,20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600억~700억원으로 추정되는 진로발렌타인스 지분 30%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 ‘처음처럼’의 공세로 한때 45%까지 떨어졌던 소주 시장 점유율은 지난 11월 현재 50.6%로 회복됐다. 2008년 진로는 지난해 추정치인 1,4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돼 상장 주류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 18~20배를 적용하면 진로의 기업 가치는 단순 계산으로만 3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5조원대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신주(500만주 규모) 공모가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6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재상장 후 해외에 힘 싣는다= 윤종웅 진로 사장은 지난해 기자들과 만나 “국내 소주시장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수년내 해외 시장에서 매출 30%를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도 진로 인수후 진로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에게는 대한민국 대표 술을 세계에 내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일찍이 글로벌 의지를 천명한바 있다. 진로는 매각설이 나돌던 진로재팬 매각을 철회하고 일본내 영업망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또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말 중국 현지 법인(진로차이나)도 설립했다. 이에 따라 일본과 중국을 양대축으로 삼아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도 진로의 해외 시장 확장 가능성을 감안할 때 진로의 기업가치가 하이트맥주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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