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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2/북잉글랜드 윈야드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입력1996-12-20 00:00:00
수정
1996.12.20 00:00:00
이세정 기자
◎조그만 시골에 50만평 복합공단… 영 여왕까지 직접 방문/유럽가전공략 「사령부」로/현지인사장에 경영전권주고 흑자 줄달음… “반도체도 생산” 꿈95년10월13일, 영국 북잉글랜드 뉴캐슬 근처의 소읍 윈야드는 마을이 생긴 이후 가장 떠들썩한 하루를 맞았다. 이 동네에 처음으로 엘리자베드2세 영국여왕이 찾아온 것이다. 전날밤 배찬이사를 비롯한 삼성전자 윈야드 공장의 한국인 주재원 20여명은 꼬박 밤을 새웠다. 엘리자베드 여왕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참석하는 13일의 윈야드 전자복합단지 준공식을 앞두고 공장 구석구석을 티끌 하나없이 청소하고 예행연습을 수십번 반복했다. 한국기업은 물론 영국에 투자한 외국기업 준공식에 엘리자베드여왕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삼성이 화려하게 대영제국에 입성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행사에 엘리자베드여왕이 참석함에 따라 영국 신문들은 삼성 윈야드 복합단지 준공식을 대서특필했고 삼성그룹은 수십억원을 쓰고도 얻기 힘든 광고효과를 단숨에 거두었다. 이날이후 코리아는 모르는 영국인들도 삼성은 잘 알게 되었다는 것.
2000년까지 7억달러(약 5천6백억원)을 투자, 영국인 근로자를 3천명이상 고용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야심찬 투자계획이 엘리자베드여왕을 북잉글랜드의 시골까지 불러온 것이다.
삼성전자 윈야드공장은 국내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해외에 「복합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아래 설립됐다. 가전, 전관, 반도체등 전자관련 모든 업종을 한군데에 모아 인사, 전산, 관리, 경리, 구매, 영업등 간접부문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간접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유럽시장을 겨냥한 전자 복합단지의 입지를 놓고 1년이상 장고했다. 최종후보는 영국의 윈야드와 스코틀랜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이중 스코틀랜드는 모토롤라, IBM, NEC등 기존 전자업체들이 포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지역이어서 인력 확보가 쉽지않다는 점때문에 탈락했고 바르셀로나보다는 윈야드보다 인력자원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제외됐다. 또 삼성전자가 윈야드근처 빌링햄에서 컬러TV공장을 경영해온 경험도 윈야드를 한결 수월하게 선택할 수있게 했다. 지난 94년10월 헤즐타인 당시 영국상무장관이 이건희회장을 찾아와 영국에 투자할 경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않겠다고 약속한 것도 영국을 택하게 된 동기중 하나였다.
뉴캐슬 근교의 조용한 시골마을이던 윈야드는 삼성전자가 자리잡음으로써 갑자기 영국내에서 유명한 곳이 되었다.
윈야드는 삼성전자의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총사령부이다. 윈야드는 철저한 현지화, 복합화로 유럽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윈야드의 대표이사로는 25년간 AT&T에서 근무한 스코틀랜드인 다니엘 오브라이언씨가 스카웃되었다. 오브라이언사장은 스코틀랜드인이면서도 스카치 위스키를 마시지않고 골프도 칠 줄 모르는, 일만 아는 사람이라는게 현지인들의 얘기다. 오브라이언사장은 윈야드 현지화 전략의 상징이다.
현지인 사장을 중심으로 한 인력의 현지화에 이어 모든 물품을 현지공장에서 곧바로 구매하고 제품 개발까지 현지에서 책임지는 현지 완결형 경영체제를 구축하겠다는게 윈야드의 현지화 전략이다.
윈야드는 현재 컬러TV, 모니터, 전자레인지등을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팩시밀리등 모든 전자제품과 반도체까지 생산하는 명실상부한 전자 복합단지로 만들겠다는게 윈야드의 야심찬 계획이다. 윈야드를 설립한 것은 삼성전자이지만 삼성전관등 그룹내 전자관련 모든 회사들을 끌어들일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같은 야심의 일환이다. 현재 삼성전관의 CDT공장을 윈야드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같은 복합화로 얻어지는 시너지효과는 당장 전기, 가스, 수도요금등이 20%이상 절약되는데서 가시화되고 있다. 또 물류비용이 최소한 30%이상 줄어드는등 복합화의 잇점은 무궁무진하다는게 윈야드의 계산이다.
윈야드는 오는 98년에 10억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95년의 1억5천만달러에서 올해 4억6천만달러로 늘린후 매년 89%라는 엄청난 매출증가율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현재 생산중인 컬러TV, 모니터, 전자레인지만으로 잡은 경영계획이고 다른 부문의 추가 투자가 이뤄지면 매출액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게 배이사의 설명이다.
삼성은 윈야드 복합단지를 설립하면서 2000년까지 현지인 근로자를 3천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근로자는 1천1백명. 앞으로 4년내에 근로자를 3천명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최근 국내경기 불황과 반도체 국제가격 하락등으로 삼성그룹의 투자계획이 축소되는 상황이어서 추가 대규모 투자가 쉽지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배이사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현재 투자한 부분들이 서서히 커나가면 근로자를 3천명으로 늘리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윈야드의 경영성적표는 컬러TV부문의 적자를 모니터부문의 흑자로 커버하며 전자레인지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있어 전체적으로 흑자상태. 공장 설립 1년만에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조기에 흑자를 보일 수있었던 것은 철저한 인력관리에서 비롯되었다고 배이사는 설명했다. 근로자를 채용할때 경험은 없더라도 자세가 바로 된 사람을 우선 뽑았고 이중 1백명가까이 서울에 보내 교육시킴으로써 최단기간에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는 것. 기존 생산라인의 경우 수원공장에 뒤지지않는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으며 새로운 라인이 가설되거나 신모델을 생산할때만 한두달 정도 생산성이 뒤질뿐이라는 자랑이다. 철저한 인사관리에 승부를 거는 삼성의 특징이 윈야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윈야드는 또 영국기업으로서는 보기드문 자체 연수원을 건설중이다. 영국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연수원을 갖지않고 외부기관에 연수를 의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윈야드가 자체 연수원을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지인들에게 신기한 일로 비쳐졌고 삼성의 이미지를 한결 높이면서 윈야드에서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근로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윈야드는 연수원 개관식때 차기 영국수상으로 확실시되는 토니 블레어 노동당수를 초청, 준공식에 이어 또 한차례 영국에 삼성붐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럽시장 전역을 삼성이라는 브랜드로 뒤덮기 위한 총사령부인 윈야드의 25만평 부지에는 항상 건설공사가 진행중이다. 또 인접한 25만평을 앞으로 10년이내에 언제든지 추가로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놓았다.
조용한 시골 윈야드의 50만평에서 전 유럽인의 가전제품을 삼성으로 바꿔놓겠다는 야심이 차곡차곡 커나가고 있다.<윈야드(영국)=이세정>
◎인터뷰/배찬 윈야드공장 부사장/“3개월마다 실적공개 노사한마음 다져/기술·마케팅경쟁력키우기 최대 숙제”
삼성전자 윈야드공장의 부사장인 배찬 이사는 영국 명예시민이다. 배이사는 윈야드 준공식에 엘리자베드 2세 영국여왕을 초청, 영국인들까지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 77년 나이지리아근무를 시작으로 주로 해외에서만 활동해온 배이사는 89년부터 영국에 주재해왔다.
해외공장의 최고 경영자로 현지인을 앉히기가 쉽지않았을텐데.
『현지화를 위해서는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주재원들은 조정자 역할에머물러야 하는 것아닌가. 사실 현지인에게 경영책임을 맡기기 위해서는 부사장이나 주재원들이 업무파악에 자신감을 가질 수있어야 한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현지공장 경영방식이 다를 것으로 보는데.
『선진국에서 현지공장을 경영할려면 무엇보다도 현지인들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줘야 한다. 상호존중이 전제된 상태에서 근로자들의 자존심을 슬그머니 건드려놓으니까 생산성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모니터의 경우 말레이지아 공장과 이곳이 함께 시작했는데 말레이지아와 생산성을 비교하면서 근로자들을 자극했더니 금새 좋아졌다. 윈야드는 또 3개월마다 경영내용을 공개하면서 근로자들에게 자기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근로자들을 채용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나.
『근로자들은 문제가 없는데 양질의 중간관리자를 구하기가 쉽지않았다. 초기에 30명정도의 중간관리자를 뽑는데 무려 1천명이상을 검토했었다.』
노조는 없는가.
『근로자들이 노조 설립에 반대하는 분위기이다. 노조때문에 영국병이 생겼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대신 매달 한번씩 노사협의회를 열고 있다.』
현재까지의 경영성과를 평가한다면.
『윈야드만 놓고보면 어느 기업과도 경쟁할 수있다. 복합단지로서의 시너지효과로 간접비용이 30%이상 절감되고 생산성도 뒤지지않는 수준이다. 다만 기술력과 마케팅이 선진기업들에 비해 약 3년정도씩 뒤떨어진 상황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고객이 만족할 수있는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현지채용인들을 삼성인으로 길러내는 현지화에 성공할때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생산할 수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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