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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대비 급하다
입력2002-09-01 00:00:00
수정
2002.09.01 00:00:00
국제연합(UN)은 전체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의 비중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를 넘으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0년에 65세 이상이 7.2%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오는 2019년에는 14.4%, 2026년에는 20%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평균수명도 현재 남자 72.1세, 여자 79.5세에서 2030년에는 각각 78.4세와 84.8세가 될 것이라는 통계청의 추계는 기쁨보다 충격을 주고 있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에 이르기까지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1년, 일본은 24년이 소요된 데 비해 우리는 19년만에 달성한다는 사실은 기회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 엄청나게 위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고령사회가 급진전함에 따라 실버산업의 발전이 기대된다. 70년대 미국과 80년대 일본에서 실버산업이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듯이 국내에서도 요양시설이나 건강식품ㆍ여행ㆍ노인보험 등 실버산업은 조만간 연간 4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일본 등 노령인구가 많은 국가에서는 실버산업이 새로운 황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도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버산업 호황이라는 밝은 면도 있지만 위협적 요인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첫째, 고령사회 진전으로 국민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70년에는 25~64세 인력 1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으나 2030년에는 2.4명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맞는 요양시설을 갖추려면 매년 15조원 이상 투자돼야 하며 노령연금 수령자가 현재 60만명에서 2005년에는 109만명으로 증가해 재정부담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둘째, 젊은 층의 근로기피와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은 경제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통계상 50대 이상의 비자발적 실업자는 7만명으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게다가 젊은 층의 근로기피로 주당 근로시간은 93년 52.6시간에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셋째, 노인수 증가에 비해 취업대책 미비, 여가 및 요양시설 부족 등은 노인들의 소외감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45세 이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노후생계 문제에 확실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12%에 불과하고 은퇴자 가운데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은 62%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 이후 50대만 되면 고령자로 몰고 직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신경영의 준거가 되고 있다. 노령인구가 퇴직 후에도 그동안 쌓은 전문지식과 경험을 살리고 이를 생산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장치와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책은 자명하다. 첫째, 정부는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대책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 예컨데 골프장 캐디는 50세 이상으로 한정하고 현재의 젊은 캐디는 외국인 연수생이 차지하고 있는 산업현장으로 보낸다. 월급과 계급은 올라만 가는 제도와 관습을 없애고 직장에서 정년제를 없애는 대신 평생교육 제도를 확립하고 노인창업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둘째, 노령화 시대에 맞춰 정부와 기업의 역할과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본의 개호보험과 같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를 도입하고 직장생활 초기부터 개인연금 가입을 의무화한다. 셋째, 노령화사회가 경제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다원화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전개해온 하드웨어적 구조개혁, 즉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지배구조 개편, 부채축소 등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이제부터는 기업중심의 소프트웨어적 구조개혁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이는 생산성 향상, 상생(相生)의 노사관계 발전, 기술투자 확대로 나타나며 미국의 절반, 일본의 3분의2 수준인 총요소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정부와 기업, 근로자와 경영인이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포도주와 선생님은 오래돼야 좋다는 얘기가 있다. 생산현장에서 물러나는 노령인구는 경제 주체들의 선생님이다. 노령인구가 가지고 있는 전문 노하우?그대로 살려 경제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희범<한국생산성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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