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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개방과 농업문제
입력2003-12-28 00:00:00
수정
2003.12.28 00:00:00
정부와 농업계가 벼랑 끝에 몰려있다. 정부는 한ㆍ칠레 양국 대표가 서명한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가 지연되면서 대외신인도 하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또 농업계는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과 당장의 한ㆍ칠레 FTA체결로 인한 불안감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그동안 숱한 논의에만 그쳐 온 개방화와 농업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틀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긴다.
우리가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냉철한 현실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는 WTO(다자주의)와 FTA(양자주의)가 보완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세계적인 개방화 시대에 살고 있다. 전세계적인 개방화ㆍ자유화의 조류 속에서 예외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공산품뿐 아니라 농산품, 서비스 등 모든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자 기회인 것은 개방화ㆍ자유화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국가간의 무역증대라는 사실이다. 무역은 오늘의 우리 경제를 일궈온 일등공신이자 우리에게 `소득 2만불 시대`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는 최대의 무형자산이다.
한편 우리 농업계는 높은 토지 용역비와 인건비라는 구조적인 한계와 함께 농촌에서의 `삶의 질 피폐`라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한계로 인해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과연 선진 농업국과 경쟁이 되겠느냐는 회의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우리 농업계의 경쟁력 하락은 결코 농업계만의 잘못은 아니다. 따라서 구조조정 문제를 전적으로 농업계에 떠맡겨서도 안 된다. 요는 개방화, 자유화라는 세계적인 시대조류 아래서 우리 농업이 처한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여 선택과 집중을 통한 농업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구조조정, 농민복지 증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면 농업계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와 기업의 측면적인 지원이 곁들여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119조원의 지원책 및 기업계와 농업계간의 간담회는 시의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마련된 정부 지원책은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 당시의 42조원에 비해 규모나 내용면에서 크게 진일보한 것으로 농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기업가적 마인드를 갖춘 농업인 최고경영자(CEO) 양성, 농산품 기술개발을 통한 공동의 수출 활로 모색 등 기업과 농업계간의 협력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그동안 대립관계로만 보였던 기업과 농업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활로인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ㆍ칠레 FTA를 하루 속히 발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FTA 비준이 지연됨에 따라 당장 전세계 30여개국과 FTA를 체결한 칠레시장으로의 수출이 막히고 있다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더욱이 비준이 지연되면서 세계통상 무대에서의 고립에 따른 피해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일본, 싱가포르와 FTA 체결을 위한 공식 협상을 진행하고 멕시코, 아세안 등과도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ㆍ칠레 FTA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급선무다.
개방화, 자유화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우리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를 촉구하고 있다. 한ㆍ칠레 FTA 비준 문제는 우리경제가 직면한 도전에 맞서 응전으로 극복하느냐 아니면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만의 울타리에 갇혀 몰락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현오석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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