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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본 한국경제] (4) 외국자본 공세

올해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자본이 국내 토종 금융회사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외국자본의 금융산업 지배` 문제가 단연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이들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택담보대출 등 개인금융에 치중하는 반면 기업금융은 소홀히 해 국내경제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비난도 비등했다. 반면 외국계 금융회사의 영향력 확대는 시장의 투명성 확대를 통해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6년 여 동안 숨가쁘게 진행돼 온 `금융빅뱅`이 구조조정을 위한 합병과 대형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왔지만 앞으로는 토종 자본이나 금융회사가 외국자본에 대응해 새로운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차원으로 변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자본 대공세= 미국계펀드인 론스타는 국내에서 채권 추심에 주력하다 결국 지난 10월 외환은행을 인수해 금융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미은행 역시 조만간 외국계 은행으로 주인이 바뀌게 된다. 현재 칼라일의 한미은행 지분을 놓고 스탠더드챠터드와 씨티은행, HSBC 등이 인수전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우리금융의 경우 정부가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주식예탁증서 해외 매각을 추진중이고, 하나은행은 일본계 은행과 15%의 지분 참여 협상을 벌이고 있다. 외국계 자본이 공세를 벌이면서 이제 `토종`이라고 불릴만한 시중은행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2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외국자본의 시장잠식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지난 25일 수탁고 13조원으로 업계 4위인 현투증권이 미국계 금융그룹인 푸르덴셜에 팔렸고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도 내년중 매각작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생명보험시장에서도 외국계 보험사들의 성장은 위협적이다. 이미 11개의 외국계 생보사가 진출해 있으며 지난 9월말 현재 13.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6개월 동안 점유율이 3%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대항자본 조성이 대안=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약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은행 민영화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지분매각은 외국자본과 국내 토종자본이 처음으로 맞대결을 벌이는 시험무대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내년으로 예정된 우리금융 지분 인수를 위해 2~3조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하는작업에 들어갔다. 이동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23일 “제도권 밖의 사모펀드가 최근 외국계 자본들이 국내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인수ㆍ합병(M&A) 공세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자본의 공세로부터 국내 금융회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선진 금융기법 전수로 금융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금융시장의 위기가 발생할 때 심각한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금융위기 때 외국계은행은 대출을 축소하고 기업에 투자자금을 빌려주지 않아 경제위기를 더욱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국자본의 금융지배력이 커질 경우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위기극복을 위한 정부 정책이 외국자본의 독자행동으로 통일성을 잃을 수 있다”며 “외국자본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외국은행에 대한 정부의 감독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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