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의 사랑’의 작가 윤후명씨가 쓴 새 장편 소설은 그가 자신의 평생 숙제라고 여기는 ‘삼국유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이 나흘간 평양 양각도 호텔에 머물면서 그 곳에서 뜻밖에 발견한 삼국유사를 읽으며 풀어가는 이야기. 북학학자 리상호가 번역한 삼국유사를 읽으면서 그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신화의 의미를 소설의 형식을 빌어 재해석했다. 이니셜 M으로 궁금증을 남긴 옛 애인과의 로맨스가 곁들여지긴 했지만 결국 그는 삼국유사 되새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국유사는 정사를 다룬 삼국사기와는 달리 신화와 설화를 다루고 있기에 오늘날까지 작가들의 상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저자는 구지가와 단군설화 향가를 다룬 부분은 삼국유사 말고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에 금지옥엽같다고 말한다. 저자가 이 소설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가야의 역사인 ‘가라사(加羅史)’다. 그는 “가라가 고구려의 전신인 부여의 맥을 이어받아 다시 일본으로 이어주는 중심 국가로서 동북아시아 역사 공동체의 고리가 된다”고 믿는다. 3박 4일의 평양 여행동안 생각 가는데로 펼쳐 놓은 삼국유사 이야기는 서구 문명에 부대끼면서 상처 받는 우리의 삶과 정신을 위로해주는 소설이다.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삼국유사의 중요한 기록을 거의 모두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쭙잖게 소설이라는 틀을 가져왔지만 소설의 성과에는 아랑곳 없이 다만 그 속에 진실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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