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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의 농업개방 인식 솔직하다
입력2003-09-18 00:00:00
수정
2003.09.18 00:00:00
우현석 기자
노무현대통령이 전남 광주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농업개방을 막을 수 없는 대세로 전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농업문제에 대해 노대통령이 매우 현실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WTO 협상등에서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한 협상기조와 노력은 그대로 유지하되 중장기적으로 농업개방을 하지 않을수 없는 국제적 현실을 인정하고 개방하에서 국내농업이 살수 있는 대책을 아울러 추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돌이켜보면 국정책임자로서 민감한 농업문제에 대해 이처럼 현실적이고 솔직한 입장을 밝힌 적은 거의 없다. 대개 국제적인 흐름과 현실을 외면하고 정치적 계산에 따라 무책임한 입장을 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이 `대통령을 직을 걸고 쌀시장 개방을 막겠다`고 한 것이 단적인 예다. 비단 쌀 뿐만이 아니라 지난 80년대이후 쇠고기를 비롯해 농업개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지만 역대 정부는 시장개방 막판까지 대외협상 결과를 숨기거나 마치 개방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잘못된 입장을 취함으로 국내 농업에 대한 타격과 혼란을 가중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과거 쌀시장 개방에 대한 잘못된 대응과 주먹구구식 대책으로 말미암아 농특세신설 등을 통해 농촌에 5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퍼부었지만 국내 농업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개방을 전제로 실효성이 있는 대책을 마련해 꾸준히 추진해왔다면 국내 농업은 크게 달라 졌을 것이다.
그 동안의 농업문제에 대한 정책실패와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감안할 때 이제 농업정책에 대한 일대 전환이 절실하다. 비록 얼마전 칸쿤에서 개최된 WTO 협상이 결렬됐지만 농업개방이 대세라는 사실이 확인됐을 뿐 아니라 쌀시장 개방등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주장하고 있는 개도국 지위 유지가 쉽지 않다는 점도 감지됐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WTO 협상 관계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다. 협상전략 차원에서 공론화하지 않은 것 뿐이다. 이번 노대통령이 언급한 농업개방 대세론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있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진정으로 농민과 국내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WTO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 유지를 비롯해 농업개방을 최대한 늦추는 노력을 포기하겠댜는 뜻은 아닐 것이다. 취약한 국내농업을 감안해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개방하에서도 국내 농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비롯한 자구노력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 더 이상 비현실적인 기대속에 허송세월 하다가 국내농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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