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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계기로 재조명 받는 디턴 교수의 불평등 이론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 대학 교수가 올해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지난해 9월에 발간되었던 그의 대표 저서 ‘위대한 탈출’이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턴은 이 책에서 ‘불평등’의 양면성을 설파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한 ‘불평등’이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최근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 교수의 불평등 연구는 여러 면에서 매우 흥미롭다. “자본 축적과정에선 불평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 고율의 세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피케티가 바라보는 자본론이라면, 디턴은 이에 대해 또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앵거스 디턴의 주장에 따르면 불평등에는 좋은 불평등과 나쁜 불평등이있다. 그 중 좋은 불평등은 불평등 자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유도하는 불평등이다. 나쁜 불평등은 금권정치를 낳으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불평등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좋은 불평등이라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단어에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득 불평등이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접근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 설명해보자.

두 경제주체로 이루어진 경제 내에 A와 B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둘이 각자 노력을 한 결과 A는 100을 생산해냈고, B는 200을 생산해냈다고 치자. 이제 정부는 이에 대해 100% 세율을 적용하여 두 경제 주체가 산출한 산출 300을 모두 세금으로 걷어 들인다. 그리고 정부는 소득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A와 B에게 각각 전체의 50%에 해당하는 150씩을 나누어준다. 정부의 조세제도를 통해 완벽한 소득 평등이 실현됐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이 같은 제도가 계속 유지되면서 경제성장까지 잘 이뤄진다면 이만큼 좋은 제도는 없다고 할 수있다. 다음 해에는 둘 모두가 10%씩 더 만들어내서 각각 110과 220을 만들고, 둘이 만든 소득을 합친 330을 절반씩 정확히 나눈다면 둘은 모두 165씩을 챙기게 된다. 경제성장도 이뤄지고 분배도 완벽하게 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B이다. B는 200을 생산하면 150을 받고, 220을 생산하면 165를 받는다. 반대로 100을 만들거나 110을 만들어낸 A는 각각의 경우 150과 165를 받게 된다. 이처럼 일한 것과 상관없이 똑같이 나누어 갖는 제도에 대해 B는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B를 설득하려면 차등을 두는 것이 필요한 데, 이러한 차이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B의 반응은 실망과 함께 노력을 덜 하는 것으로 귀착될 공산이 크다. 만일 B가 이러한 상황에 실망하여 더 이상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식으로 접근을 하면 상황은 급변한다.

일한 만큼 받지 못하는 B가 받은 만큼만 일한다면, 다시 말해 노력을 줄인다면, 자신의 몫인 150만큼만 생산할 것이다. A가 계속해서 100을 생산한다 해도 이제 전체 소득은 250으로 줄어든다. 이를 둘이 나누면 각자의 소득은 125씩으로 줄어든다. 산술적으로 그 전에 비해 25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나는 게 아니다. B는 여전히 자기가 만든 150에 비해 적은 소득 125를 획득함으로써, 자신이 산출해낸 양보다 적은 소득을 얻게 된다. 그 이듬해에 B가 생산량을 더 줄인다면 각자의 소득이 더 축소되는 건 자명하다.

만일 정부가 100% 조세를 포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일 정부의 세율이 0%라면 A는 100을 B는 200을 챙긴다. 만든 만큼 챙기는 것이다. 이 경우 A는 100을 소비한다. B는 200을 소비한다. 물론 A가 실망해서 산출을 더 줄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만들어 낸 만큼 가져가는 상황에선 A가 더 많은 노력을 해서 더 많이 소득을 올리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B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00% 세율을 부과해 완벽한 소득평등을 추구하는 상황에선 B가 노력을 줄여 산출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거의 100%이다. 하지만 불평등을 인정하는 0% 세율 하에서는 B가 최선을 다해 노력할 가능성이 100%이다. 반면 A의 경우는 세율 100% 일때 산출보다 큰 소득을 즐기면서 산출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0% 세율 하에선 실망을 해 산출을 줄일 가능성도 있지만, 더욱 분발해 A를 따라잡으려고 노력을 하면서 자신의 산출을 늘릴 공산도 있다.

이렇게 보면 0% 세율로 불평등을 인정하는 제도가 노력을 더 유도할 가능성을 더 높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개인이 아닌 기업의 경우에는 이러한 부분이 확실하게 작동한다. 삼성이 소니를 따라잡은 것도 불평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간단한 예에서 필자는 A와 B의 반응에 대해 여러 가지 가정과 결과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실제의 경우 소득분배와 관련된 논의는 너무나도 복잡하다. 그리고 이 같은 논의에 있어 중요한 점은 소득의 ‘형평’이라는 과제와 함께 체제의 ‘효율’이라는 기준도 함께 잘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는 ‘형평’만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효율’이라는 매우 중요한 가치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불평등의 존재에 대해 좀더 현실적인 평가가 가능해진다면 우리의 시각은 좀 더 넓어질 수 있다.

위의 예를 다시 정리해보자. 세율 100% 상황에서 둘 다 150씩을 받으면 완전한 형평이 달성되지만, 그로 인해 B가 노력을 게을리 하면 효율성은 최악이 된다. 반대로 세율 0% 상황에서 A가 100, B가 200을 받아 소득차이가 100이 되면, 효율은 개선 되지만 형평은 최악이 되기때문에 이 또한 둘 사이의 균형점으로 보기 어렵다. 이 경우 세율을 잘 조절하여 소득에 차이를 두게 되면 효율성과 형평성이 조금씩 변할 것이다. 효율과 형평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균형점에선 세율이 0%와 100% 사이에 있을 것이고, 소득차이는 0과 100 사이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효율과 형평이 균형을 이루는 상황에서, 세율은 0%와 100% 사이에 있고 소득차이는 0에서 100 사이에 있다는 건 균형점에서 소득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평과 효율이 잘 반영되어 조화를 이루는 상황에서 소득에 차이가 나타나는 건 형평과 효율의 가치가 적절하게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적절한 차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앵거스 디턴 교수는 바로 이러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좋은 불평등’이 의미하는 건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유도되면서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내에서 파이를 키우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완벽한 소득평등이 가진 효율성 축소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눌 것이 많아지면 불평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분명한 건 이러한 주장이 불평등 자체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불평등은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에서 나온 결과물이지 불평등 자체를 옹호하고 추구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디턴 교수의 주장은 조심스러운 평가가 요구된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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