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먹구름이 드리웠던 금융사 실적 기상도에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실적 개선 폭은 크지 않지만 하락 일로에서 정체돼 있던 금융사 실적이 턴어라운드의 계기를 찾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쪽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들어 금융사 실적이 우상향 커브에 올라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오랫동안 옭아맸던 규제를 대거 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 환경이 통째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도 경영 전략 변화를 예고하기 시작했다. 방어에 치중됐던 경영 전략에 '공격성'이 가미되기 시작했다는 게 핵심이다. 한 시중은행 경영전략담당 부행장은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각 경제 주체별로 명암이 엇갈리겠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기업 여신을 중심으로 시장 쟁탈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바닥 찍은 금융사 실적=금융사들의 1·4분기 실적은 '실버라이닝(먹구름 뒤쪽으로 비치는 햇살)'처럼 받아들여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1·4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별로는 우리금융의 1·4분기 순이익이 3,129억원으로 같은 기간 24.6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하나금융은 3,130억원에서 3,274억원으로 4.63%, 신한금융은 5,229억원에서 4.29% 늘어난 5,453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와 대기업 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실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던 때와 비교하면 최악 수준은 벗어나고 있다는 안도 분위기가 감지된다. 구용욱 대우증권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반등하고 있고 대규모 부실 처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대손율이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순이자마진(NIM)이 주춤할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은행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반등에 고무된 금융사 자기 색깔 내기 시작=실적 개선 흐름은 금융사들의 경영 전략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시중은행들은 여·수신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금리가 오르면 초기에 많은 자금을 확보해둔 은행일수록 공격적인 여신 정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단기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기간별로 금리를 차등 책정하는 식의 탄력적인 수신 정책을 예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하반기 여신 비중을 늘려가되 금리 인상 시 뒤따를 연체율 악화에도 대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은 1일 일제히 나온 시중은행장들의 2·4분기 조회사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수익력 회복을 위해 NIM을 끌어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신용대출·소호대출·중소기업대출 비중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격적인 흐름이 엿보인다. 서진원 신한은행장 역시 "은행 체질을 개선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자신의 역점 전략인 '스토리금융'의 본격화를 예고했다. 이 행장은 "4월을 맞아 스토리금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며 "펀드상품 하나도 단순히 판매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사후관리에 힘써 고객 만족도를 높여나가자"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잃어버린 고객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