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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를 확보하라] <3> 국내 역량을 높여라

쌀국수…쌀과자… "수입밀대신 쌀소비 늘려야"<br>국내자원 최대한 활용 식량 자급률 높이고<br>음식물 쓰레기 축소·휴경지 활용도 나서야


해외 농업개발이 안정적인 식량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수단임에는 틀림없지만 식량안보의 기본은 국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필요량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밀 대신 남아도는 쌀 소비를 늘리고 3분의1 정도가 폐기처분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생산성 높은 농지를 확보해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리 농산물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식량안보의 궁극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물가 급등에 따른 서민생활 부담을 더는 방안의 하나로 국수를 비롯해 밀가루로 만든 가공식품을 쌀로 대체하는 방안이 제기되는 등 우리 농산물 소비는 이제 ‘신토불이’나 ‘애국심 고취를 위한 과제가 아니라 경제적 부담을 덜고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방책의 하나로 재인식되기 시작했다. ◇수입 밀을 우리 쌀로 대체=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지난 1980년 95.1%에서 2006년 현재 98.9%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중 밀 자급률은 4.8%에서 0.2%까지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이들 곡물에 대한 소비는 자급률과는 정반대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0년 132.4㎏에서 2006년 78.7㎏로 40% 이상 줄어들었지만 소비량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소비량은 29.4㎏에서 33.5㎏으로 14%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쌀밥 중심의 우리 식탁이 빵ㆍ국수 등에 자리를 내주면서 늘어난 밀가루 소비 증가는 우리 경제를 점점 더 국제곡물가격에 취약한 구조로 만들고 있다. 실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콩을 원료로 하는 두부(6.5%)나 밀을 사용하는 비스킷(3.1%), 자장면(2.4%), 칼국수(2.1%) 등이 전월 대비 물가 상승을 야기하는 주요 품목으로 지목됐다. 그나마 최근의 라면 값 인상은 2월 물가에 반영되지도 않은 상태라 3월 물가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수입 곡물가 폭등이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눈여겨보는 것은 ‘쌀’이다. 성명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입이든, 개발이든 식량을 안정된 식량을 확보해야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입 의존적인 밀 대신 자급률이 높은 쌀 소비를 늘리도록 소비패턴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쌀의 활용도를 높여서 밀 수요를 대체하는 서민생활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3일 국무회의를 거쳐 현재 연간 22만톤 정도 들어오는 가공용 의무수입(MMA)쌀을 국수 등 가공식품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현재 40㎏당 2만6,000원 수준인 가공용 쌀 공급가를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국수시장에 사용되는 곡물 11만6,000톤 가운데 쌀은 6,000톤 수준에 그친다”며 “쌀 국수 시장 확대 여지는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있는 식량, 있는 농지 최대한 활용=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국산 농산물 소비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식량수입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식품 폐기량이 전체 공급량의 약 3분의1에 달할 정도로 낭비가 극심한 상태다. 제한된 농지에서의 생산량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농지를 늘리기 어려운 만큼 유휴지를 활용해서 최대한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휴경지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해서 현재 14만5,000㏊인 사료작물 재배면적을 오는 2015년 24만㏊로 66%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사료작물 자급률 제고를 위해 특히 눈독을 들인 것은 일명 풀 사료라고 할 수 있는 조사료. 현재 돼지와 닭 사료는 거의 다 수입곡물을 원료로 하는 배합사료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한우와 젖소 사료는 조사료 생산 증대로 자급률을 높일 여지가 많은 만큼 겨울철 휴경지에 청보리를 재배하는 등 농지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11월 청보리 재배농가를 위해 기계장비 지원과 운송비 보조 등을 골자로 하는 생산확대대책을 마련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조사료 자급률을 높여 소 사료에서 국산 조사료 비중을 60% 가까이 끌어올리는 한편 해외농업자원 개발로 배합사료 공급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중장기적인 사료 수급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일각에서는 경쟁력 있는 농지 확보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박현출 농림수산식품부 국장은 “국토를 개발용지로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우량 농지 확보를 우선순위에서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일반 국민과 정책입안자 모두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좀더 의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올 수입예정 곡물중 절반이상 이미 확보 사료용 밀은 옥수수 등으로 대체 우리나라가 올해 수입해야 할 주요 곡물 가운데 절반 이상의 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4일 농수산물유통공사ㆍ농협사료 등 관련 업계를 통해 파악한 결과 지난 2월 말 현재 업계의 밀ㆍ옥수수ㆍ대두(콩) 수입 확보량이 연간 수요량 1,410만톤의 57%에 해당되는 803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곡물별로는 밀의 식용 연간 수입 수요량 230만톤 가운데 102만톤, 옥수수와 대두는 각각 950만톤과 120만톤의 수요량 가운데 각각 74%와 78%에 달하는 102만톤과 607만톤의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사료용 밀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옥수수 등 다른 곡물로 대체 수입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제곡물가격, 수급동향 점검기능을 강화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곡물가격상승대응 TF'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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