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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텔레마케터 신수진씨
입력1999-03-09 00:00:00
수정
1999.03.09 00:00:00
누구나 한번쯤 전화로 상품소개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이지도 않는 상품을 소개할 때 대부분은 짜증을 내거나 『바쁘다』며 전화를 끊기 마련이다.그러나 텔레마케팅은 전화나 컴퓨터통신을 통해 가전제품·생활용품·금융서비스 등 새 상품을 소개하는 21세기형 영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이 텔레마케팅을 도입하면 대리점이나 방문판매 등 인적자원위주의 마케팅활동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비용은 50% 이상 줄일 수 있다.
80년대 초반 텔레마케팅을 도입한 미국 기업들은 영업비용의 70% 가량을 이 부문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어 이제는 영업의 핵심부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텔레마케팅 시장규모는 현재 1조원으로 2003년에는 10조원이 넘는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통신·삼성전자 등 일부 업체가 상품판매에 텔레마케팅을 활용하고 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텔레마케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데이콤협력업체로 텔레마케팅을 하는 세계로INC의 신수진(辛秀眞·27·여·사진)씨는 텔레마케팅업계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 텔레마케터 경력 4년의 辛씨는 월 100만원 가량을 받고 있다.
辛씨가 텔레마케터가 된 것은 고교 졸업후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지난 95년 종로의 시사일본어학원에 입사하면서부터. 입사동기 6명은 사무직을 기대했다가 텔레마케팅 업무를 하자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일단 들어왔으니 한번 해보자』는 각오로 버텼다.
시사일본어학원에서 1주일간의 교육을 받고 업무를 시작했다. 전화번호부를 보고 무턱대고 전화를 걸어 영업에 나섰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무례한 전화응대에 속이 상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오기로 견뎌냈다.
辛씨의 텔레마케팅 최초 성공사례는 1주일 교육을 마친 후 가남휴게소 유방하회장에게 45만원 짜리 NHK일본어회화테이프를 판 것이다. 유회장은 그에게 『아가씨처럼 설득력있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며 『우리 회사에 올 생각이 있으면 좋은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하루 200통 가량의 전화를 한다.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고르거나 의뢰업체로부터 받은 명단에 따라 전화한다. 하루 종일 밝은 목소리로 상담해야 하는 만큼 목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辛씨는 설명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텔레마케터로 오래 근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전화로 물건을 팔면서 상대방의 모욕적인 응대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저는 텔레마케터를 저의 평생 직업으로 선택했습니다. 상담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저의 한계에 대해 고민합니다. 어느 직업이든 프로근성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辛씨의 설명이다.
남보다 뛰어난 텔레마케터가 되기 위해 그는 『바쁘다』고 상담을 거절하는 고객중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따로 메모해 두고 나중에 전화를 건다. 그의 고객리스트에는 매일 20~50명의 명단이 새로 기록된다.
辛씨는 다시 전화걸 때 『전에 전화했던 사람인데요. 귀찮게 하려고 다시 전화했는데요. 지금은 어떠세요.』라며 다소 농담을 섞어 말을 건다고 밝힌다.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대개의 고객은 그가 끈질기다고 생각하며 상담에 응한다고 한다.
그는 텔레마케터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보이지 않는 고객에게 보이지 않는 상품을 설명해야 하는 만큼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져야 하고, 둘째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기분을 파악해 유연하게 접근해야 하며, 셋째 공사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넷째 분명한 직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힌다.
텔레마케터는 광고를 내고 문의해 오는 전화를 받아주는 인바운드 텔레마케터와 모르는 고객에게 전화로 영업을 하는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터로 나뉜다. 인바운드는 대개 초보자들이 하는 것으로 고정급으로 월 50만~80만원을 받고 , 아웃바운드는 경력자들이 주로 하며 고정급으로 월 50만~60만원, 거래성사에 따라 따로 수수료를 받는다.
근무는 대개 9시30분부터 6시까지로 능력에 따라 월급을 받는 만큼 근무여건이 자유스럽다.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텔레마케터 일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고정급은 없고 거래에 따라 수수료만을 받는다.
과거 텔레마케터는 전문 교육과정이 없었으나 최근에는 학원 등에서 1주일~2개월 과정으로 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으며 전문대에서도 텔레마케터 과정을 열어 두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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