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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자와 남는 자

최근 한 TV홈쇼핑에서 `씁쓸한 대박`을 보았다. 캐나다 이민상품이 방송 80분만에 175억원 팔려 나간 것. 방송시간에 대비하면 홈쇼핑 사상 최고의 매출이다. 이를 보면서 한국인들의 나라에 대한 불만이 정도를 넘어선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특히 구매고객의 60%이상이 20대와 30대 젊은이들이었다. 청년층의 조국에 대한 실망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의 터널 속에서 일자리는 없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자녀들의 사교육비, 갈수록 치열해지는 생존경쟁에 병역의무까지…. 한국은 후손들에게 대물림 시키고 싶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다. 문제해결도 요원해 보인다. 그래서 너도 나도 짐을 꾸리는지도 모른다. 기업들도 `한국 탈출`을 꿈꾼다. 최근 한 경제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의 80%이상이 해외로 공장을 이미 옮겼거나 옮길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들에게는 조국이 하루 속히 벗어 던지고 싶은 굴레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중국의 10배에 가까운 높은 인건비에 그물 망처럼 촘촘한 각종 규제들, 여기에다 노동자들은 자나깨나 파업이니 도무지 기업할 맛이 안 난다는 푸념이 나올 만하다. 이미 이 땅은 너도 나도 짐 꾸리는 사회로 변했다. 그 덕(?)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커지고 있다. 더욱 우려 스러운 것은 “오죽 하면 한국을 떠나겠느냐”며 남 얘기하듯 말하는 `혐한증(嫌韓症)`이다. 이는 떠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국력을 소진케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경기침체ㆍ실업난ㆍ교육문제 등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경제규제 완화, 평화적인 노사문화의 정착 등도 시급히 이뤄야 할 개혁과제다. `혐한증`을 부추기기 보다는 살 만한 나라, 기업할 만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이민 확산과 생산기지의 다국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떠날 수 있음에도 떠나지 않는 이들이 더 많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며 무거운 짐을 달게 떠안는 다수를 기억해야 한다. 떠나는 이는 격려를 받고, 남는 이는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나라. 분단된 조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함께 가꾸어야 할 소망이 아닐까. <문성진기자(산업부)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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