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대형주가 살아난다는 얘기는 시장 전반적인 상승 기대감이 작용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4·4분기 실적 쇼크를 겪은 후 올 1·4분기 기업실적이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다 미국 경기 선순환 기대감이 유효한 상황이다. 유로존의 체감지표는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고 중국의 매크로 지표는 둔화되는 양상을 멈추고 있다. 신흥국과 선진국의 디커플링이 해소되는 국면이 다가오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그 중심에는 경기민감 대형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대형주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은 시장에 힘이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져 있고 특히 대형주는 저평가된 상태"라며 "경기 회복이라는 큰 방향성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좋아지면 대형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주가 회복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해주는 요소는 기업실적과 유럽 경기 회복 가능성,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민감도 등 3가지다. 올 1분기 실적 시즌이 긍정적인 것은 눈높이가 많이 낮아졌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에는 실적 시즌이 가까워 올수록 실적 추정치 하향 속도가 완만했는데 이번에는 하향 속도가 빨랐다. 1월에는 2%, 2월에는 4%, 3월에는 8% 하향했다. 이원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4월말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35%의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며 "35%에 해당하는 기업은 모두 경기민감주였고 지난해 4분기 실적 쇼크의 악몽이 걷히면서 대형 경기민감주 모멘텀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경기 회복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 대표지수는 스톡스600(Stoxx600)를 기준으로 본 경기민감주의 경기방어주 대비 흐름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투자 활동의 바로미터인 산업재, 건자재 기업의 주가 상승과 마진율 개선이 뚜렷하다. 중국과 한국의 수출 경기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유럽의 회복으로 대형주의 반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반도체ㆍ유통ㆍIT가전ㆍ디스플레이ㆍ철강 등 수출주의 환율 민감도가 줄어드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환율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수출주의 경우 예전보다 가격민감도가 완화되었고 해외공장 이전, 환 헤지 등을 통해 환율에 따른 이익 변동성이 줄어들었다"며 "2011년 이후 해당 업종들의 주가가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형주 회복구간에서는 경기 회복 초기 국면에 훈풍이 부는 업종인 은행ㆍ건설ㆍ증권 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ITㆍ자동차ㆍ은행 업종 등을 추천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흥시장과 선진국의 경기 차이가 크다"며 "올 1분기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됐고 4분기가 끝나는 시점이라고 한다면 그 간격을 메울 수 있는 시기는 올 2~3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 회복 초기 국면에 훈풍이 부는 업종인 증권ㆍ은행ㆍ건설 업종이 유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T업종 역시 올 1분기를 시작으로 실적 상향 추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긍정적이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005930)는 1분기 실적 확정치를 발표했는데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3.31% 줄어든 8조4,88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1.53% 늘어난 53조6,753억원, 순이익은 5.86% 증가한 7조5,74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확정치는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 평균인 8조4,589억원을 다소 웃도는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매출액 5조 5,877억원, 영업이익 943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이 439억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던 증권가의 눈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표다. 이밖에 삼성전기(009150) 역시 증권가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IT업종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IT를 둘러싼 매크로 지표가 우호적이고 국내 IT업체와 글로벌 경쟁업체를 비교했을 때 국내 IT업체들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돋보인다"며 "저점 대비 주가가 일정 부분 상승했지만 실적 상향 추세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상승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2분기 실적 개선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LG이노텍, LG전자,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등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종 역시 올해 신차사이클을 타고 2009년의 영광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2년간 자동차 관련주들의 주가 상승을 제한해왔던 부정적 모멘텀들이 신차사이클의 시작과 함께 긍정적 모멘텀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현수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도 환율ㆍ파업 등 시장의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하락세가 지속되던 현대ㆍ기아차(000270)의 수익성 개선, 주요 시장 점유율 회복, 럭셔리 자동차 판매 확대로 브랜드 가치 수준 향상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가격과 생산량이 동시에 개선되는 현 시점이 매수 타이밍"이라며 "한국 자동차업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지속되는 만큼 신차 효과가 기업 실적을 통해 확인되는 2분기부터 업종 전반의 주가 상승 여력은 확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상반기에는 LF쏘나타 수혜가 예상되는 현대차(005380)ㆍ현대모비스, 하반기로 갈수록 기아차ㆍ현대위아(011210)로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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