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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수사, 기업도 검찰도 바뀌어야

재벌기업들의 변칙 상속 및 증여와 같은 불법ㆍ탈법적인 경영관행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지켜보는 사람들의 심사를 착잡하게 하는 것이다. 우선 기업의 측면에서 볼 때 변칙적인 부의 세습이 언제가야 개선될 것인가 하는 점에서 안타깝다. 두산그룹의 경우만 보더라도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창업주의 4세 26명에게 넘겨주었다가 문제가 되자 전량 소각했다. 최태원 회장의 구속을 몰고 온 SK그룹 사태도 비상장 기업을 이용해 그룹의 경영권을 최회장에게 집중시키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다. 삼성그룹이나 LG그룹도 내용과 수법이 유사한 재산세습 문제로 시민단체와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모조리 같은 혐의로 고발됐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둘째 검찰의 측면에서 본다면 재벌기업의 재산 대물림 행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수사 대상사건이 모두 시민단체의 고발사건이다. 사건의 발생과 고발이 해묵은 일인데 그 동안 무엇하고 있다가 새 대통령의 취임시점에 맞춰 수사에 나서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재벌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한건주의식 수사에 나서고 있는 게 아닌가 보고 있다. 정권의 구미에 맞춰 수사를 벌여온 것이 그 동안 검찰의 모습이었고, 그로 인해 검찰의 독립성은 크게 훼손됐다. 상속ㆍ증여에 관련된 범죄는 불법 보다는 법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과 탈법의 사례가 흔하다. 비상장기업을 이용한 재산 대물림 문제만 하더라도 시세가 없는 비상장기업의 주식가치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로 단순히 법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처럼 논란의 소지가 많은 사안에 대해 구속수사를 앞세우는 것은 과잉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정당한 부의 합법적인 상속은 결코 비난 받아서는 안 된다. 부를 축적해서 자선을 행하고 세금을 내는 것은 자랑스러운 것이다. 미국에서도 상속세 폐지에 반대 움직임이 있지만 상속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청부(淸富)의 전통을 가꾸기 보다는 변칙상속이나 증여를 통한 혈통주의 경영에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제대로 운영하는 기업은 보기 드물고, 혈통경영을 장점이 많은 한국적 전통인양 강변하기도 한다. 변칙적인 부의 세습이 용인되는 사회는 건전한 사회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상속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를 재벌개혁의 핵심과제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완전 포괄주의를 도입해도 부에 대한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변칙적인 재산 대물림 관행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기업도 대오각성을 해야하고, 검찰의 수사 또한 엄정하면서 균형된 자세를 잃지말아야 할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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