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913원선을 겨우 지켜냈다. 하지만 25일 원ㆍ달러 환율은 국가 신용등급 상향 등의 여파로 장중 한때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 밑으로 떨어졌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20전 떨어진 913원9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연저점을 잇따라 경신한 것. 이날 환율은 914원50전으로 거래를 시작해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소식에다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장중 한때 913원까지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해 12월7일의 913원80전 밑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날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3’에서 ‘A2’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 역외 매수세와 시장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반등했다. 이준규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과장은 “막판에 1원 정도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시장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개입 물량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환율 하락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 우려, 유럽ㆍ일본 등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글로벌 달러화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화는 최근 유로화는 물론 엔화에 비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강세 요인도 곳곳에 쌓여 있다. 올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았던데다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 행진, 한국은행의 콜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등도 원ㆍ달러 하락 요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이 전저점인 913원선 밑으로 떨어지면 900원대도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다. 실제 이날 환율은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으로 역외 매수세가 일부 유입되기도 했다. 조현석 외환은행 대리는 “외국인 주식매도분이 역송금 수요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공급 우위가 유지됐다”며 “당국 개입 경계감으로 하락폭은 제한됐다”고 말했다. 또 원화강세 추세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달러 대비 원화의 절상률은 무려 29.9%에 이른다. 유로화(13.4%), 위안화(8.6%), 파운드화(14.6%), 엔화(-12.7%) 등보다 크게 높다. 이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더라도 급락하지 않고 911원에서 915원 사이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선다면 915원선으로 달러화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국가신용등급 상향 재료가 예상보다 빨리 나오면서 역외 세력이 오히려 달러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외환 당국이 종가 관리에 나서거나 달러 매수 개입에 나선다면 달러화는 915원선을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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