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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공익재단 이사장 선임과 관련, 15일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재단을 활용해 상속세를 내지 않으면서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삼성생명공익재단이나 삼성문화재단에 넘기고 두 재단을 이 부회장이 지배하면 세금을 물지 않고 그룹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삼성그룹 측은 단호히 선을 그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단을 상속에 활용하려는 '꼼수'는 쓸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이 회장이 맡고 있던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 자리가 이달 말로 만료돼 정상적인 활동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자연히 그 자리를 이 부회장이 맡은 것일 뿐 상속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그룹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는 두 재단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상속 또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각각 4.68%, 2.18%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재단에 넘기고 이 재단을 이 부회장이 지배하는 형태로 상속세 부담 없이 승계 구도를 그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생명 주식 12만주(0.06%)를 사들이는 등 삼성생명 지분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상속세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6.2%를 보유한 핵심 출자 고리이기도 하다. 또한 공익재단은 주주가 없이 이사회 결의만 있으면 각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현시점에서 삼성이 이 같은 무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의 상속 문제는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슈인데 조금이라도 잡음을 일으킬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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