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1,200원 돌파 전망
미국 경기지표 호조, 한국의 성장률 쇼크에 환율이 11원 넘게 급등(원화 약세)하며 3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원 50전 급등한 달러당 1,165원 10전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12년 6월 15일(1,165원 60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환율은 심리적·역사적 저항선이던 1,163원도 넘어섰다.
미국의 주택 지표 호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큰 폭 부진이 ‘원투 펀치’로 환율을 끌어올렸다. 22일(현지시간)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6월 기존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3.2% 증가한 549만채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는 2007년 2월 이후 최고치로, 시장 예상치 542만채를 상회하는 것이다. 이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2·4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이 0.3%(전분기 대비)로 한국은행의 종전 예상치(1%)는 물론 최근 추정치(0.4%)보다 낮게 나온 것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시장 이탈도 계속됐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9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달러화 강세 기대감이 유지되는 가운데 환차손으로 기대수익률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달러당 1,200원은 매우 의미가 있는 선”이라며 “단기간에 이를 돌파하긴 힘들 것이지만 오는 10월이나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정훈 외환은행 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 달러당 1,170원대 초반까지는 상승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원·엔 환율도 상승(엔화 대비 원화 약세)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100엔당 939원 22전(외환은행 고시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6원 19전 올랐다.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래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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