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주식 대여 중단 선언이 주식시장의 급격한 지수 하락을 저지하는 효과를 나타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한 관계자는 23일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대여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 기금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되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심각해 지난주부터 주식 대여를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말 현재 국민연금이 대여해준 주식은 약 1조5,000억원 수준. 국민연금 측은 신규 대여는 중지한 채 기존 대여물량을 올해 말까지 회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식 대여를 통해 165억원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일시적으로는 효과, 장기적으로는 미미=국민연금의 신규 주식 대여 중단은 일시적으로는 공매도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주식 보유자로부터 주식을 빌린 후에만 매도가 가능한 커버드 쇼트 셀링(빌려온 주식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대여 중단조치에 따라 주식을 빌려 공매도된 물량은 연내에 환매수(쇼트 커버링)돼야 한다. 실제로 대차잔액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19일 3,631만주가 줄어든 데 이어 22일에도 795만,2580주가 감소했다. 그러나 시장 전체에 끼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국민연금이 빌려주는 주식물량이 전체 주식 대차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대차거래에서 주식 대여의 국내 기관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대여물량의 85%는 해외 투자가들로부터 나온다. 예탁결제원의 한 관계자는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차거래의 대부분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서로 빌려주고 받은 물량이 차지한다”며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 중단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난 3개월간 코스피시장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1.81%, 외국인거래 내 비중은 14.58%에 불과하다”며 “단기 급락 저지 효과는 있어도 시장 추세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연기금들 “주식 대여 안 한다”=국민연금을 제외한 다른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기존에 주식 대차거래를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학연금 주식운용팀의 한 관계자는 “주식을 대여해줄 경우 보유 중인 종목의 시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주식 대여를 중단했다”며 “앞으로도 증시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주식 대여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학연금은 약 5,000억원의 주식을 직접 운용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도 “외부에 기금운용을 위탁하고 있어 직접 주식을 대여해주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 측의 한 관계자도 “그동안 보유 중인 주식 대여를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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