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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해 예산안이 법정시한인 12월2일 처리가 사실상 불발된 것과 관련, “힘들게 구축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 차별화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깊은 우려와 한숨을 토해냈다. 아울러 줄줄이 표류하고 있는 각종 법안에 대해서도 성장의 모멘텀을 잃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 부총리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각종 현안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면서도 다양한 정책 이슈들을 뒷받침해줘야 할 사항들이 국회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서울경제신문과 가졌던 인터뷰 때보다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현 부총리는 우선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고 ‘한국판 셧다운’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세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잉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예산안 처리가 기약 없이 흘러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예산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노인들까지 모든 연령대에 다 걸쳐 있습니다. 영유아 보육 문제는 물론이고 대학생들의 등록금, 노인들의 기초연금 등 핵심정책들이 총망라해 있어요. 예산안 처리가 물거품이 되면 경제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기초노령연금 지급은 관계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정부가 지출을 해야 하지만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1인당 10만원씩 주던 지급액을 내년부터 최대 20만원씩까지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마찬가지로 당초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던 양육수당 지급도 발목이 잡히게 된다. 가구당 20만원씩을 신년 1월부터 지급해야 하지만 이것이 원천봉쇄된다는 게 기재부측 설명이다.
나랏돈으로 추진되는 각종 건설사업도 예산안 처리 불발시 줄줄이 중단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예산은 약 23조3,000억원인데 이중 기존부터 승인을 받아 추진되는 계속비 사업(약 3조1,000억원 규모)를 제외한 나머지 20조원 가량은 내년부터 집행할 수 없게 된다.
현 부총리는 그러면서 각종 경제정책으로 구축한 경기회복의 차별화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기, 특히 다른 신흥국과 달리 우리 경제는 하반기 들어서면서 회복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예산안 처리 지연과 국회의 장기 파행으로 성장률 자체가 침식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며 경기회복의 모멘텀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분보다 현 부총리가 더 깊게 우려한 부분은 바로 ‘불확실성’이다. 현 부총리는 “예산안 처리 지연과 경기회복과 관련된 법안들에 계속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간신히 증가세로 전환됐는데 이런 흐름이 다시 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무려 19.3% 급증하면서 1996년 7월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현 부총리는 “최근의 정치권 상황이 조금만 더 길어지면 기업들의 심리가 다시 냉각될 수 있다”며 투자를 견인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하루속히 힘을 모아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특히 각종 법안들의 처리 지연에 대해 언급하면서 부동산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내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각종 법안들이 국회에 장기 계류되면서 매매심리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문제와 이에 따른 수출 하락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부정적인 입장은 드러내지 않았다. 현 부총리는 가파른 원고와 엔저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표시했지만 수출에 대해서는 그래도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지난달 수출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기저효과에 근무일수가 적은 점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며 “엔저에 따라 대일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수출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은 괜찮다”며 “하반기만을 놓고 볼 때 지난해보다 5%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올해 전체로는 3% 정도 신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3일부터 예정돼 있어 양자협의를 위해 ‘공식 관심’ 표명을 한 것”이라며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중국은 의식한 조치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중국도 TPP (참여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이 TPP에 참여한다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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