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개 업체가 전세계 시장의 9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터치패널 핵심 소재인 인듐산화주석(ITO) 필름 시장에 LG화학이 증설 투자에 나서는 등 국내 화학업계가 추격에 나선다. ITO 필름은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의 터치패널에 사용되는 소재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니토 덴코가 세계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지난해 500억원을 들여 청주에 세운 생산시설과 별도로 연내 ITO필름 라인 증설을 위한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첫 라인은 시제품용도이며 증설 투자로 들어설 새 라인은 본격 양산용도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TO시설 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정과 투자금액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LG화학은 현재 지난해 2ㆍ4분기 완공한 생산시설에서 시제품을 테스트하는 등 ITO필름의 본격 양산을 준비 중이다.
ITO 필름은 유리나 PET재질 필름 위에 인듐과 주석을 얇게 입혀 전기가 통하도록 만든 필름으로 터치패널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소재다. 터치패널의 주류는 누르는 압력이 아니라 손가락의 정전기로 위치를 인식하는 정전용량방식의 제품인데 ITO필름은 손가락 접촉 위치를 인식하는 XㆍY축을 구현하는 재료다. 중요한 만큼 가격도 높아 터치패널에서 ITO필름이 자치하는 원가 비중은 24%에 이른다. 강화유리에 이어 가장 비싼 원료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이 커지면서 ITO 수요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간 1,200만㎡ 수준인 시장 규모가 2년 뒤면 1,600만㎡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니토 덴코는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두자릿수대의 영업이익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니토 덴코의 실적을 보면 지난해 4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6,065억엔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4%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551억엔으로 13.6%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0%에 육박하며 순이익도 360억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니토 덴코 전체 사업가운에 ITO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ITO사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알짜 중 알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LG화학이 ITO필름 국산화에 나선 것도 높은 이익률과 수요증가세 때문이다. 다만 까다로운 기술장벽은 넘어야 할 과제였다. 터치패널이 민감하게 반응하려면 필름 위에 인듐 등을 고르게 입혀야 하는데 이 같은 증착 공정이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외 적지 않은 업체들이 ITO필름을 개발하고도 니토 덴코의 독점을 깨지 못하는 이유도 고급 스마트폰에서 쓰일 만큼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지 못해서다. LG화학은 분위기가 다르다. 양산에 돌입할 경우 니토 덴코의 아성을 상당 부문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시장진입을 노리고 있다. 코오롱은 기존 필름 생산 기술을 활용해 몇 해 전부터 ITO필름 개발에 돌입했으며 현재 제품을 테스트하는 단계다. 이외에도 국내 화학업계 몇몇 업체들이 제품 테스트 단계에서 시제품 생산 등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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