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정당화하는 쪽에서는 직원 기(氣) 살리기와 노사화합이라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이런 해명도 본질적인 의문을 충족시키기에는 한참 모자란 느낌이다. 윤용로 외환은행장도 지난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M&A 보너스가) 관례처럼 돼 있어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혀 보너스 지급에 명분이 궁색함을 인정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M&A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급되는 보너스는 뇌물적 성격도 있어 보인다"며 "조직을 가급적 빨리 추스르려는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정도 경영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권에 유독 만연한 M&A 위로금=냉정히 말해 M&A는 적자 생존의 피 터지는 싸움터고 결국 승부는 전리품인 돈을 누가 많이 챙겨가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피인수된 기업 노조에서 M&A 위로금 명목의 보너스를 요구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실제 지난 2003년 신한은행에 인수됐던 조흥은행 직원들은 기본금의 100%에 달하는 특별보너스를 챙겼고 이듬해 씨티은행에 인수된 한미은행 노조도 합병위로금을 요구해 월급의 200~400%를 받았다. 또 2008년에는 현대차그룹이 신흥증권을 인수하면서 거액의 위로금을 지급했다는 소문이 금융권에 나돌기도 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에 기본금의 400~500% 수준의 보너스 지급을 논의하는 것도 이런 전례에 비춰보면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하나금융 입장에서 봐도 막대한 매각 차익을 남긴 론스타 대신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게 마냥 속이 편할 리 없다. 겉으로 태연한 모습과는 달리 속내는 복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순이익이 1조7,000억원을 넘길 만큼 곳간에 곡식이 가득 찬 외환은행이라 해도 명분이 부족한 비용 지출을 묵과하는 것은 원칙의 훼손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낡은 관행 바뀌어져야=특히 이번 보너스 지급은 말 그대로 조건 없는 위로금 성격이라 거부감이 더하다. 희망퇴직 차원 혹은 퇴직금을 중도 정산한 개념의 위로금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나금융이나 외환은행의 주주 입장에서 보면 모럴해저드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이익잉여금이 보다 생산적인 곳에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은행의 보수체계는 대형화와 전문화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어 대리인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으로 자기 자본보다는 남의 돈을 갖고 운영되는 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 도덕적 해이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실물경제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업종 특성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정부가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도 강하다. 물론 이런 일반론으로 M&A 위로금을 재단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금융권의 모럴해저드에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례를 새롭게 조망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금융권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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