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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관의 동부건설사장(결단의 순간)
입력1996-12-17 00:00:00
수정
1996.12.17 00:00:00
한상복 기자
◎“건설산업합병 엄청난 시너지” 확신/회장도 6개월 장고끝 “한번 해보시오”/올 연초부터 실무팀 구성… 타당성 조사나서/벡텔·스미토모 장점모은 글로벌회사 육성야심/“전문경영인의 모험에 오너의 용단 작품”『회장님, 동부산업을 건설에 합병해야겠습니다.』
홍관의 동부건설사장은 금년초 김준기 회장에게 이같이 보고했다. 그러나 김회장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표정이었다. 홍사장은 계속 소신을 피력했다.
『동부건설이 동부산업을 합병하면 세계시장에서도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규모의 경제와 사업구조 고도화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건설의 기술력과 산업의 마케팅력, 정보력, 금융능력을 결합할 때 시너지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해외투자개발과 건설수주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고 유통이나 레저, 호텔과 연계해 개발사업의 고부가가치화가 가능합니다. 산업을 합병해서 건설과 무역은 물론 제철, 유통, 에너지 등 다양한 신규사업을 육성하면 2001년까지 매출 10조원의 글로벌회사로 키울 자신이 있습니다』
『좀 더 생각해봅시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김준기 회장이 침묵을 깼다.
홍관의 사장이 지난해부터 밤늦게까지 혼자 사색에 잠겨있는 경우가 직원들의 눈에 띄었다. 처음엔 임원들조차 홍사장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연말을 맞이해 수주나 사업실적평가 등 긴급한 회사일을 처리하고 난 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홍사장의 모습에 직원들은 그가 무언가 장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홍사장은 동부산업과의 합병에 관한 주판알을 퉁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전문경영인의 입장에서는 감히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발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룹사를 늘리자는 것이 아니라 줄이자는 생각, 그것도 유망하고 견실한 회사를 없애겠다는 계획은 오너가 아닌 그에게 커다란 모험이 아닐수 없었다.
동부산업은 지난 74년 동부건설이 인수한 뒤 89년 1월 이후 전문무역상사로 탈바꿈해 무역을 모태로 정보통신·유통·해외자원개발·해외투자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이었다. 더구나 동부산업은 동부건설과 함께 그룹의 탯줄인 「기둥회사」였다.
홍사장은 김회장에게 보고한 뒤 즉각 실무팀을 구성해 합병의 장단점을 추리고 분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합병에 대한 타당성과 명분도 관련기업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데 힘이 됐다.
회장에게 건의한지 반년이 지난 7월 김회장은 홍사장의 소신을 받아들였다 『홍사장, 한번 해보시오.』 김회장의 허가는 짧고도 명료했다.
동부건설은 지난 10월 29일 합병주총을 마쳤고 내년 1월1일 공식적으로 한집이 된다. 『김회장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식으로 매우 신중하지만 한번 결심하면 강력히 추진한다. 김회장의 진취적 사업가정신이 건설과 산업의 합병이란 결단을 가능케 했다』고 홍사장은 말했다.
그는 『동부건설과 산업은 다른 합병처럼 형식적이고 물리적인 결합이 아니라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통해 하나의 회사로 통합될 것이며 21세기에는 벡텔사같은 건설엔지니어링과 스미토모같은 종합상사의 능력을 고루 갖춘 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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