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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적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재정경제부 姜錫浚과장(세무대학파견)새로운 21세기를 얼마남겨놓지 않고 세계는 지금 유사이래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가치있는 발명품이라는 컴퓨터의 Y2K 문제로 지구최후의 종말인 아마게돈의 혼란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언에 고심하고 있다. 또 공산주의가 몰락함으로써 시장경제가 세계적 규모로 확산되면서 발생한 자금흐름의 자유화는 인류를 빈곤에서 해방시키기는 커녕 위기의 심도를 더해가며 금세기말의 혼란으로 밀어넣고 있다. 세계경제를 이끌어 간다는 미국의 성장도 증권시장의 과다한 거품과 마이너스 저축에 의한 과소비에 의해 유지되고 있어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유럽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조화기준때문에 감내하기 어려운 높은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동아시아, 러시아, 브라질을 강타한 금융불안은 세계경제의 40% 이상에 해당하는 지역을 심한 불경기와 공황에 몰아넣을 정도로 세계경제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유럽지역은 이제 갓 출범한 유로화를 안정시켜야 하는 부담때문에 뾰족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어 회원국과 ECB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치마자락을 잡고 있는 남미 최대, 세계 8대 경제대국인 브라질도 연 2,700%의 살인적 인플레와 GDP의 8%에 달하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보유외환의 절반이상을 소진해야 할 판이다. 브라질 위기는 또 언제 세계금융시장의 건전성의 바로미터인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를 폭락시킬지 모른다. 러시아는 이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세계경제의 문제아가 되어 최대 채권국인 독일을 포함, 서유럽과 미국은 물론이고 국제금융시장의 최후 보루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의 재원을 고갈시킬 지 모르는 절박한 시점이다.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잠재적인 미래시장으로 부각될 것 같았던 중국은 안정·성장·개혁의 3중고를 해결해야 할 상황에 있지만 과다한 국영기업 적자와 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운 방대한 부실채권 처리에 고민하고 있다. 아세안국가들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며 아시아 경제회복의 관건이 되고 있는 일본경제의 회생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얼마전 타임지는 한일간 「금융개혁 월드컵」에서 일본이 한국에 7대0으로 패하고 있을 정도로 금융부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꼬았다. 일본은 올해 내수진작을 위해 GDP의 10%에 달하는 적자예산을 편성한 것을 비롯, GDP의 110%에 달하는 누적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92년 중반이후 총 8,85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2.4%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으며 4.3%의 실업률이 10%대로 수직상승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타임지는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더욱이 최후 수단으로 시도하고 있는 0%에 가까운 저금리를 통한 엔약세 전략은 우리를 비롯한 이제 막 회복기에 접어든 동아시아 환란피해국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글로벌리제이션 과정에서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토론하는 다보스 세계경제 포럼이 「책임있는 세계화」라는 테마로 2,000명 이상의 저명한 정치인·경제관료·기업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월 열렸다. 이 포럼에 참석한 저명인사들은 대부분 세계경제혼란을 막기 위해 새로운 세계금융기구창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몇가지 주목할 만한 사항은 세계화가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종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가 몰고온 신속성, 유연성, 다양한 임기응변성(VERSATILITY), 변화의 영구성 등의 도전에 직면하여 불안한 국민들에게 세계화의 필요한 기술과 전문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안정감을 되찾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즉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 줌으로써 세계화의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는 새로운 정부기능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또 정부의 역할로서 첫째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한 지식기반산업의 구축, 둘째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도록 하는 기업경쟁력 제공, 셋째 최고의 기업경영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여건과 제도의 틀을 만들어 주는 것 등인데 이러한 전환기적 변신을 게을리 하면 사회는 불안해지고 정치는 혼란스러워져 결국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고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평등·정의라는 민주적 기본질서가 적용되는 민주주의와 경쟁과 효율이 강조되는 시장경제가 보편타당한 가치기준으로 기조를 이뤄야 한다. 그렇지만 지난 30여년간 성장일변도 정책추진에서 소외된 사람, IMF환란으로 실업의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 멀지않아 시장경제의 혹독한 시련에 직면할 북한 동포들을 고려할때 미국식의 시장만능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외형적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보다는 효율(EFFICIENCY)과 형평(EQUITY), 화해와 상생을 조화하는 한국식의 실질적인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것이 한국적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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