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성범죄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포털 사이트가 여전히 청소년 유해물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이를 관리해야 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업체 자율에만 맡기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포털 업체들이 청소년 유해물에 대한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단어를 섞거나 일부 단어를 바꾼 검색어에는 무방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성인 콘텐츠인 '섹스'나 '야동' 등은 19세 이상 성인인증을 통해 제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인명이나 단어를 묶어서 검색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검색 결과가 그대로 노출된다.
범죄 관련 검색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과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사제폭탄'∙ '물뽕' 등의 검색어도 해당 단어에 대한 검색 결과는 차단되지만 이를 응용한 제조법이나 구입방법 등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확인할 수 있다. 특정 단어가 들어가는 콘텐츠는 자동 프로그램이나 인력을 동원해 걸러내는 것이 가능하지만 여러 단어가 조합되면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내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청소년 유해 콘텐츠에 대한 관리를 펼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부분이 있다"며 "최근 들어서는 반사회적 콘텐츠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내 1위 포털업체인 네이버는 500여명의 모니터링 전담 인력을 운영하고 실시간으로 청소년 유해물에 대한 감독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는 크게 ▦성 관련 검색어 ▦미성년자 이용불가 콘텐츠 ▦미성년자 이용불가 업소 ▦불법 및 반사회성 검색어 등에 대해 원천적으로 검색을 차단하고 있다. '자살'이라는 검색어에는 자살상담센터를 안내하고 '성폭행'을 검색하면 성폭력상담소 등을 연결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음이나 네이트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털 업체의 노력에도 청소년 유해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를 강제할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999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을 제정하면서 포털 업체가 청소년 유해물을 제작하거나 수익을 얻는 행위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청소년 유해물에 대한 관리 업무는 전적으로 포털 업체에 위임했다. 포털 업체가 검증 과정의 실수로 청소년 유해물을 노출하거나 네티즌이 직접 올린 콘텐츠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얘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직접 특정 검색어를 지정해 포털 업체에 알려주는 곳은 없다"며 "불법 콘텐츠 유포 등에 대해서 엄격히 처벌을 하기 때문에 포털 업체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존중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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