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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이 최근 계속 오르면서 연초의 원화강세 기조가 희석됐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입의 높은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원ㆍ달러 환율이 장중 급등세를 보였던 14일 한 외환당국자가 기자에게 전한 정책기조다. 환율 수준에 관계없이 외국인 자금의 과도한 '밀물ㆍ썰물'에 대비해 방파제를 높이겠다는 원칙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외환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최근 다소 엇갈리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외환 관련 규제가 더 필요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 단계에서 추가적인 제도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1월 말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토빈세 취지를 살려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다양한 외환거래 과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른바 '한국형 토빈세'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시장 안정화 조치 강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는 온도차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자본시장연구원도 13일 '유럽의 금융거래세 도입 논의와 한국에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형 토빈세가 환율 변동성을 도리어 높일 수 있다며 도입 신중론을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물론 외환제도 도입의 결정권한은 주로 재정부에 있는 만큼 한은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라는 평가도 외한당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김 총재의 발언이나 자본시장연구원의 발표는 단순히 원론적 수준의 내용을 강조한 것일 뿐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시장 안정화 조치의 강도나 속도가 환율의 흐름과 완전히 무관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형 토빈세 검토 방침 등은 지난 연말연시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공론화된 만큼 환율 흐름이 반전된 현재로서는 다시 부각시키는 것이 애매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외환당국 역시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일단 한국형 토빈세와 같은 큰 이슈를 던지기는 했지만 시장과 학계 일각의 신중론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이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은 국제적 동향이다. 만약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이 토빈세 도입을 지연하거나 무산시킬 경우 우리나라만 독자행보로 한국형 토빈세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모든 자본거래는 자유화하자는 취지의 '자본자유화규약'을 채택하고 있는데 회원국인 우리나라가 나 홀로 토빈세를 도입하게 되면 해당 규약과 상충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물론 OECD 회원국은 각국의 사정에 따라 자본자유화규약의 적용을 유보할 수는 있다. 이스라엘 역시 파생상품 거래액의 10%를 의무적으로 예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파생거래예치제를 최근 도입하면서 자본자유화규약 유보를 OECD 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자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한 우리나라로서는 다른 선진국들과 엇박자를 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데는 외환당국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한국형 토빈세 등의 규제조치가 우리 경제에 실익이 있느냐는 부분에 대한 논란도 외환당국의 고민을 키우는 대목이다. 외환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환규제를 높일 경우 그에 따른 비용이 (민간기업 등) 우리 경제에 전가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며 "규제의 효과와 역효과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진행된 뒤에야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이 추가적인 외환시장 안정대책에 대해 내부적인 검토작업은 지속하되 그 결과의 공개시점은 시장상황에 따라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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