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산업시설을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가 현해탄을 넘어 한국 산업계에 직격탄을 날릴 태세다. 복구가 늦어져 일본 부품ㆍ소재 업체의 가동 중단이 장기화되면 이들로부터 부품을 들여와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생산 중단 사태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강진 피해 소식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 13일 삼성전자ㆍ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 구매부서들은 회로부품 등 핵심 부품ㆍ소재 공급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느라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액저표시장치(LCD)업계도 일본 최대 유리기판 생산업체인 NEG의 노토가와 공장이 전력문제를 겪은 것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은 전세계 유리기판 공급의 37%를, 수동 부품의 41%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ㆍLCD 부품 소재의 경우 부품별로 최대 수개월치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조달처를 이원화해 당장 생산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장기화할 경우에는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와 냉연업체도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JFE스틸 지바 제철소의 화재와 인근 항만의 큰 피해로 JFE스틸 지바 제철소와 신일본제철 기미토 제철소의 철강제품 수입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JFE스틸 지바 제철소는 800만톤의 규모로 주로 열연과 냉연ㆍ강관 등을, 1,000만톤 규모의 신일본제철 기미토 제철소는 후판과 열연ㆍ냉연ㆍ자동차강판 등을 생산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바와 기미토 제철소의 피해보다는 항만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국내 산업계의 원자재 확보 차질 규모를 판단할 수 있다"며 "다른 지역 항만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현지의 교통사정과 물류비용으로 다른 지역의 항만을 통한 수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부품업체로부터 자동변속기를 공급 받고 있는 한국GM은 주말 내내 사태를 파악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달치 재고를 마련해놓은 상태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완성차 생산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쉐보레 스파크의 경우 닛산자동차 계열 부품업체인 자트코에서, 구형 쉐보레 크루즈 수출 모델은 아이신에서 자동 변속기를 100% 공급 받고 있다. 르노삼성차 역시 닛산 공장 다섯 곳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엔진 관련 주요 부품의 원활한 공급이 힘들어졌다. 르노삼성차의 한 관계자는 "이달까지는 재고 물량이 확보됐지만 물류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토요타는 한국에 수입되는 차종이 지진 피해 지역과는 무관한 나고야 등에서 생산되고 있어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도요타 부품업체들이 피해를 입은 만큼 내수ㆍ수출용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 등 휴대폰업체도 안절부절하고 있다. 대부분 한달 이상 분량의 부품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부품을 정기 구매할 때 대량으로 확보해두는 만큼 단기적으로 부품조달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원활한 부품조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 아이폰 등 외산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는 이통사들도 일본 대지진의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산 일부 부품이 들어가는 외산폰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면 국내 판매도 영향이 불가피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으로 아이폰 등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는 NAND 플래시 메모리 등의 공급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6일 아이폰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일정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장기적인 수급에 차질이 없는지 관련 부서에서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