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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상화 이대론 안 된다] <하> 사기업보다 못한 내부통제

공시위반 때 상장사 존폐위기 맞는데… 공기업은 '솜방망이' 처벌

법적근거 미흡해 경고조치 그쳐 기관장도 공시업무에 신경 안써

1년에 한번 정기공시 이뤄지고 공시범위 기본자료가 대부분

감시 시의성·투명성도 떨어져


#. 코스닥 상장기업인 에어파크는 재무제표를 허위 공시했다가 쪽박을 찰 뻔했다. 금융감독 당국들은 이 회사에 임원해임권고와 전임 대표이사 검찰고발 등의 고강도 조치를 내렸다. 에어파크는 상장폐지 위기 직전까지 몰렸다가 겨우 구사일생했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코레일, 한국전력, 도로공사, 가스공사 등 대형 공기업집단들은 지난 2008~2009년 비상장사에 대한 공시의무를 무더기로 위반했다. 그러나 당국의 제재는 기관별로 고작 200만여~2,000만여원씩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 LH·가스공사는 2011년에도 공정위의 공시위반 점검에 걸렸으나 여전히 경미한 과태료 부과나 경고조치를 받고 넘어갔다.

몸집은 공룡만 한 데 책임과 처벌 수준은 개미 기업만도 못한 공공기관 공시제도의 단면이다. 구멍가게 기업조차 민간시장에서 공시 한 번 잘못하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지만 공기업 등은 적당히 상황을 무마해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지만 이들의 경영에 대한 사회적 감시·감독의 강도는 코스닥 기업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당장 공시 방식의 시의성이 떨어진다. 공공기관들도 일종의 정기공시·수시공시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정기공시의 경우 기관별로 1년에 보통 한 차례씩에 그치고 있다. 수시공시 항목도 일부 있지만 대체로 임직원 복리후생과 관련된 내용일 뿐 대규모 재무부실이나 사업구조변경 등과 같은 경영상 중요한 사항은 담겨 있지 않다. 공공기관 임원진이 경영상 잘못된 판단을 내려도 정기공시 전까지는 1년 가까이 국민들은 기본적인 정보조차 모르고 지나가기 십상이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수시공시(자율공시·조회공시)로 중요 사업 리스크 등을 제때 제대로 중요 사항들을 주주들에게 전하는 것과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공공기관의 경우 공시범위도 매우 단출하다. 재무제표, 차입금 현황 등 기본적인 재무제표와 예산 및 운영계획, 임직원 현황 및 복리수준 등 경영의 얼개 정도만 알 수 있는 기본자료가 대부분이다. 공시 범위를 다룬 법률, 규정도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및 시행령 상의 7개 조항(법 8·11·12·56조, 시행령 10·15·16조)에 그친다. 코스닥 공시제도가 각종 중요 경영사항을 즉시 시장에 알리도록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물론이고 무려 75개 조에 이르는 한국거래소의 공시규정으로 세세하게 규정된 것과는 사뭇 다르다.

공공기관 불성실 공시 및 공시규정 위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현재는 공공기관이 허위 공시 등을 해도 정책 당국이 기관장 해임 등의 책임을 물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 공운법에 따르면 허위공시가 발생해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획재정부 장관을 통해 시정명령권을 내리거나 관련자를 인사 조치하도록 해당 기관장에게 요청하는 정도다. 물론 재무제표를 허위공시한 경우에는 형사 고발해 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내릴 수는 있다. 그러나 공운법은 이 경우에도 처벌 대상을 기관장이 아닌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 즉 실무자로 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이 코스닥 등의 상장법인 대표이사에 대해 사업보고서 등의 검토·확인 책임을 명문화하고 금융감독 당국이 중대한 허위공시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고 등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대형 공공기관의 재무담당 간부는 "공기업 부실, 비리 문제가 이슈화될 때마다 경영공시 내용을 점검하겠다고 일제점검을 펴지만 공시 위반 사항이 있더라도 대체로 기관주의나 경미한 조치에 그칠 뿐"이라며 "그러니 기관장도 특별히 공시업무에 주의를 기울일 유인이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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