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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전쟁:3(최명재의 인생도전)
입력1996-10-04 00:00:00
수정
1996.10.04 00:00:00
이청 기자
◎강남 아파트촌서 호별판촉 힘입어 소비자 늘자/기존업계 “고가로 주부 허영심 조장” 역공 곤욕우유 판매대리점, 백화점, 슈퍼마켓, 그리고 구멍가게에 이르기까지 파스퇴르우유의 상륙을 거부했지만 최명재회장은 낙심하지 않았다. 이미 일본에서의 전례를 미루어보아 기존 시장의 파스퇴르 배척운동이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른 방법으로 판로의 개척에 나섰다. 다른 방법이란 우유병을 들고 직접 소비자에게 부딪치는 것이었다. 대량소비시대에, 그 옛날 젖소 몇마리에서 짜낸 우유를 「목장우유」라는 이름으로 배달하던 때와 같은 방식으로 판로를 개척한다는 사실이 한심스럽기는 했다. 그러나 「먹어본 사람이 입으로 전파하는 광고가 가장 확실한 광고」라는 사실은 지금도 진실이나, 파스퇴르로서는 살길이 그 길밖에 없었다.
대상은 역시 강남의 아파트 밀집지역이었다. 최회장 스스로 한 손에는 우유병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우유를 설명하는 팜플렛을 들고 판촉에 나섰다. 아파트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새로운 우유에 대해 설명드리러 왔다』고 하면 『요새 우유 안 먹는 사람 어디 있느냐』고 말도 붙이지 못하게 했다. 『지금까지 먹던 우유와는 다르다』고 밀어붙이면 『소에서 나온 젖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냐』고 일축했다.
어떤 주부는 파스퇴르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나라에도 우유가 많은데 이것마저 외국에서 수입합니까. 혹시 이것 프랑스제 아니에요?』
『알고 계시는 그대로 파스퇴르는 프랑스 출신의 위대한 생물학자 입니다. 그의 연구에 따라 우유는 저온살균으로 처리해야 우유가 지닌 완전식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인데 유럽에서는 대부분 이런 방법으로 우유를 가공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고온살균방법으로 우유를 생산해 왔기 때문에 우유의 좋은 영양가와 기능을 파괴시킨 채로 마셔온 것입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 많은 우유회사들이 모두 「가짜우유」를 만들어 왔다는 말입니까. 믿을수 없어요.』
이런 반응이 많았다. 소비자들로서는 자신들이 오래동안 마셔온 우유의 품질을 부정하는 「이상한 우유업자」를 반가워하지 않았다. 최회장으로서는 주부들이 외국산 우유를 경계하는 애국심과 기존 유가공업자들에 대한 신뢰가 깊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나마 일말의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두터운 장벽 앞에서도 소비자들은 차츰 마음을 열어갔다. 마셔본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파스퇴르우유는 뭔가 다르다』는 얘기가 전파되어 갔다. 그리고 일부 소비자들은 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왜 이제야 이런 우유가 나왔느냐』고 반기는 사람도 있었다. 선전 팜플렛이나 신문, 잡지의 기사를 보고 일부러 찾는 사람도 늘어났다.
그와 함께 역작용도 있었다. 파스퇴르우유가 상륙을 위한 교두보로 압구정동 일대를 공략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가뜩이나 「압구정문화」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던 서민들의 마음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요소가 됐다. 이러한 서민들의 미묘한 심리를 자극하여 『파스퇴르우유는 고급아파트 주부들의 허영심을 부추기기 위해 프랑스식 이름에다 일부러 비싼 값을 매겨 판다』는 역선전이 먹혀 들어갔다.<이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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