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본지 창간39돌/증권.투신] 자본시장 영역파괴 돌입
입력1999-08-01 00:00:00
수정
1999.08.01 00:00:00
안의식 기자
그동안 국내 금융권에서는 1금융권과 2금융권이라는 표현이 관행처럼 사용돼 왔다. 물론 이같은 표현은 간접금융을 하는 은행권을 1금융권, 직접금융을 위주로 하는 금융권은 2금융권이라고 표현하는 단어 자체의 내재적인 의미도 있었지만 이보다는 「은행권이 가장 중요하고 기타 금융기관은 다음의 중요성을 갖는다」는 의미가 은연중 내포돼 있었다.그러나 이제 이같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중요도에 따른 금융기관 구분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현실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신고를 보자. 7월10일 기준 은행권의 요구불과 저축성 예금을 합한 실세 총예금잔고는 256억9,889억원. 같은 날 투신권의 공사채형·주식형 수익증권과 신탁형 저축 수탁고는 257조6,581억원. 이미 투신의 수탁고가 예금은행의 예금잔고를 넘어서고 있다.
기업 역시 은행보다는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에 훨씬 치중하고 있다. 6월중 은행권의 대출은 5조5,438억원 증가했으나 자본시장에서는 한달동안 유상증자 7조85 3억원, 회사채 발행 2조9,034억원등 10조원 규모의 자금이 기업에 제공됐다.
◇격동하는 증권·투신 산업=이처럼 시중자금들이 증시와 채권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증권사, 투신사들이 「뜨고」있지만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시장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영리스크 또한 커지고 있다.
증권시장의 활황과 함께 벌써 「전설」처럼 돼 버렸지만 지난 2년간 많은 증권, 투신사들이 문을 닫았다. 97년12월말 부도가 난 고려, 동서증권이 지난해 6월 허가취소됐고 장은, 산업증권등도 문을 닫았다. 투신권에서는 신세기투신과 한남투신이 문을 닫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이같은 사건은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 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위기가 기회」라면 역으로 기회라고 생각되는 시점에 「위기의 원인」들은 싹이 튼다. 바로 엄청난 수익증권 판매에 따른 환매가능성, 유동성 위험이 바로 그것이다. 감독당국의 관계자들은 바로 증시와 채권시장등 자본시장의 활황을 불러온 바로 그 기회의 조건(공사채형, 주식형 수익증권의 엄청난 수탁고 증가)들이 위기의 원인들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환경 역시 급변하고 있다. 바로 겸업화, 사이버화의 경향들이다. 21세기는 겸업화의 시대이다. 이미 겸업화는 현재도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은행에서 뮤추얼펀드, 수익증권 판매등 기존 증권·투신업무를 하고 있고 증권사들은 인수, 중개업무를 통해 기업들의 대출수요에 응하고 있다.
이러한 겸업화가 사이버화 경향과 합해질 때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도 원스톱서비스, 원스톱쇼핑이 유행하고 있지만 21세기에는 인터넷상에서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된다. 주식거래도 하고 수익증권등 금융상품도 사면서 대출이나 예금, 계좌이체, 자동차보험등 보험상품 가입, 랩 어카운트를 통한 자신의 모든 자산관리, 나아가 홈쇼핑 등이 모두 사이버상의 한 공간에서 가능한 시대가 된다.
사이버화 역시 기회인 동시에 위기의 원인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권시장에 사이버 트레이딩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터넷 트레이딩의 시장규모는 무섭게 커 왔다.
◇사이버화의 급속한 물결과 대응=이미 몇몇 회사들은 위탁수수료가 없는 사이버 증권사를 세우겠다고 나섰다. 선진국에서는 주식시장이 우리처럼 증권거래소에서 운영하는 시장이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주식 발행, 인수, 유통이 가능한 시장이 있다. 우리도 10억원 미만의 소액공모의 경우 별다른 제한없이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 활발한 사이버 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금융연구원 金善浩박사는『증권사들은 최대 수입원인 위탁수수료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현재 전체 주식거래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사이버 트레이딩 규모가 곧 40~50%선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결국 인터넷화가 진전되면 금융기관이 더이상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금융기관이 아니다. 겸업화, 금융기관간 전략적 제휴가 급진전되면서 금융기관이 인터넷 상에서 원스톱 금융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제공업자(IP, INFORMATION PROVIDER)로 변신하는 셈이다.(동양증권 리서치센터 洪椿旭연구원).
문제는 이같은 사이버화 역시 엄청난 자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초기 전산설비 투자비나 광고비는 말할 것도 없고 사이버시장 선점을 위한 증권사들의 과당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튼튼한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중.소형사들의 고민과 생존전략=IMF시대는 바로 「빈익빈 부익부」의 시대였다. 증권·투신산업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은행들이 퇴출되면서 금융기관의 신인도는 땅에 추락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그래도 믿을 만한 대형 증권사나 투신, 즉 재벌계열 증권·투신사로 발길을 돌렸고 중.소형사들은 앞으로의 경영방향을 심각하게 고민할 상황에 이르렀다. 『증권이나 투신사의 대형화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중소형 몇몇 증권사나 투신사들은 시장에서 없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을 지 정말 고심중입니다.』(중소형 증권사 사장) 이론적으로는 틈새시장 개척을 강조하면서 중소형증권사들이 나름대로 찾아나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쉽지 않다. 공개, 기업 인수.합병(M&A)등 인수중심 증권사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인수업무 역시 자본력과 업무능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소형증권사들이 개척하기가 쉽지 않다. 증권, 투신은 물론 종금이나 투신사들 역시 투자은행화를 언급하지만 이는 더욱더 자본력과 실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소형사들이 여기서 승부를 볼 여지는 없다.
위탁매매전문 증권사의 등장도 위협요소이다. 이들은 자본금 30억원의 초미니 증권사이다. 이들은 당장 증권거래소 회원가입이 회비(거래소 125억원)문제로 어렵기 때문에 독자적인 영업은 불가능하지만 특정증권사와 연계해 수수료 할인, 다양한 투자정보 제공등을 무기로 영업을 전개해 나갈 경우 기존 증권사에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임원은 『시장의 경향이 대형사 집중으로 더욱 나아갈 것이기 때문에 몇몇 중소형 증권사는 몇년내에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종합증권사로는 대형사와의 경쟁이 안되기 때문에 철저히 특화전략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영리스크 커지는 증권·투신산업=최근 증시는 바로 기관장세이다. 기관장세를 이끌어 왔던 근거는 엄청난 수익증권판매이다.
그러나 수익증권 판매는 역으로 유동성, 환금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판매상품과 편입채권간의 기간 불일치문제(MISMATCHING), 부도채권의 상각문제가 있다. 특히 최근 금리가 상승추세(채권값 하락)여서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만기연장은 더욱 어려워 지고 내년 7월에는 시가평가라는 「핵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주식형 수익증권의 경우 주가가 올라가고 수탁고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문제가 줄어들지만 이 방향이 거꾸로 가기 시작하면 동일하게 환매,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수익증권의 환매책임이 1차적으로 증권사에 있기 때문에 위기가 바로 증권사에서부터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엄청난 수익증권 판매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몇몇 증권사나 투신사들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져들 지도 모릅니다』(금융감독위원회 구조조정기획단 관계자)
『결국 시장은 몇년내에 몇몇 대형사와 틈새시장 개척에 살아남은 소수의 증권사나 투신사로 재편될 것입니다. 그래도 사이버화, 겸업화등 변화의 시대가 우리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고 봅니다. 결국 변화를 먼저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모 증권사 사장)
안의식기자ESAHN@SED.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