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재벌 “생보진출” 숙원 이룰까/“개방대응·경쟁촉진”여건 성숙

◎정부 부정시각 급선회 가능성공정거래위원회의 위장계열사조사를 계기로 그동안 금지돼 온 5대재벌의 생보업진출이 내년중 허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재벌의 경제력집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우회해 조금씩 5대재벌의 생보업진출을 기정사실화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인수합병을 통해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재경원의 입장과 경쟁촉진을 위해 각종 진입제한을 풀어나간다는 공정위의 정책목표가 절묘히 일치하고 있는 점도 이같은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한국생명(현대), 국민생명, 한성생명(LG)이 재벌그룹의 위장계열사란 혐의로 조사를 벌여 이들 기업을 중점관리대상회사로 선정했다. 직접적인 지분관계는 없지만 그룹의 전현직 임원이 근무하고 있고 그룹과 공조활동을 벌이는 등 사실상 그룹의 영향권에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계열사편입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내용이다.<본지 11월28일 1면 참조>

공정위는 이에앞서 지난 8월 5대재벌은 생보업에 신규진출할 수 없도록 한 진입규제를 철폐해 줄 것을 재정경제원에 요청했다. 진입규제가 경쟁을 저해, 시장기능을 왜곡시킨다는 내용이다.

재정경제원은 이에대해 공식적으로는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재벌의 생보업진출규제가 경제력집중 억제라는 국민적공감대로 마련됐다는 논리다. 현재 선경을 제외한 5대재벌(공정거래법 및 여신관리규정 동시충족)의 생보업진출을 제한하고 6∼10대재벌은 생보업지분을 50%미만만 소유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재경원의 속마음은 공정위의 요청을 받아들여 진입제한을 철폐했으면 하는 입장이다. 보험시장이 사실상 완전개방된 상황에서 보험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33개업체가 난립해 있는 생보업계의 판도를 인수 합병(M&A)을 통한 보험사의 대형화를 통해 재편해야 하는데 자금력등을 고려할 때 재벌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삼성생명이 진입해 있고 선경은 여신관리상 5대재벌이 아니라 보험업신규진입이 가능한 상태에서 현대 LG 대우 3개그룹만 제한하는 것은 삼성과 선경을 봐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때문에 여건만 성숙되면 5대재벌에 대한 생보진입규제는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여건도 서서히 무르익어 가고 있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이 국회 재경위를 통과했다. 부실금융기관의 인수및 합병을 촉진시키기 위한 이 법률의 1차목표는 부실생보사와 신용금고다. 영세 지방생보사들이 증자명령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계약자보호를 명분으로 합병움직임이 가시화 될 전망이고 위장계열사조사에서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된 재벌관련회사들이 인수합병의 주체로 나서면서 5대재벌의 생보업참여가 자연스럽게 허용될 것으로 예측된다.<최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