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일정을 보면 최고경영자(CEO)가 수립한 그해의 경영 키워드를 엿볼 수 있다. 시중은행 CEO들은 각기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첫 일정을 준비했다.
우리나라 첫 여성 은행장으로 기록된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2일 오전 시무식을 끝내고 동대문을 방문한다. 동대문은 권 행장이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곳으로 그는 이곳을 방문해 30여년 전 인연을 맺은 고객을 만난다.
권 행장의 이번 방문은 오랜 시간 자신을 기억해준 고객에게 화답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올해 나이 아흔에 가까운 이 고객은 권 행장이 동대문지점에서 근무할 때 인연을 맺었다. 이 고객은 권 행장의 은행장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수소문 끝에 연락처를 알아냈고 그에게 직접 축하인사를 전했다.
권 행장도 이 고객을 기억하고 있었다. 권 행장은 이 고객을 만나 은행원 초임 시절 품었던 자세를 되새기고 은행장으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리차드 힐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장은 새해 첫날 국내외 기업여신전담역(RM)들이 모두 참석하는 총회를 마련했다. 삼성·LG·두산 등 글로벌 기업의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RM들을 전원 소집해 은행의 목표를 공유하겠다는 계획이다. SC은행은 소매금융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기업금융 비중을 높이겠다는 장기 전략을 설정했다. 힐 행장의 첫 행보는 SC은행의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킹을 활용해 기업금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임원들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홍유릉을 참배한다. 황실 자금으로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을 모태로 하는 우리은행은 최근 3년째 신년 첫 공식 일정으로 홍유릉을 찾고 있다. 이 밖에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시무식 후 임원회의를 소집해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선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아침 일찍 은행 본점 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직접 맞이하는 자리를 준비해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