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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의 시대, 신 시장으로 간다'
국내시장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국내 정보기술(IT)업체들이 잇따라 사업다각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체들은 이미 매출의 절반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고 삼성SDS, LG CNS를 비롯한 IT서비스업체들도 속속 해외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전통적인 IT제조업체들은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국내시장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펼친 결과다. 대표적인 내수 기업이었던 포털업체들도 기존의 검색광고를 벗어나 모바일 게임과 모바일 메신저로 영역을 확장하며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사업다각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영역 파괴'는 국내 IT 업계에게 피할 수 없는 도전으로 부상하고 있다. 애플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으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들이 무차별적인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기존 시장에 머물러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 업계의 대표주자인 넥슨은 지난 2002년 일본에 해외지사를 설립한 이래 2005년과 2007년 각각 미국과 유럽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현재 넥슨이 게임을 출시한 국가는 100여국이 넘고 전체 이용자만 13억명에 달한다. 넥슨은 지난해 해외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67%인 8,000억원을 벌어들였다.
후발 게임업체들의 해외시장 공략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CJ E&M 넷마블은 기존 일본에 이어 북미ㆍ태국ㆍ인도네시아ㆍ대만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자회사인 CJ게임즈를 통해 신작 게임 출시와 유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네오위즈게임즈도 지난 2003년 선보인 게임 포털 '피망'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는 한편 올해는 모바일 게임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한 예정이다.
IT서비스 업계는 속속 해외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SDS는 최근 올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잇따른 해외사업 결실로 경영목표도 좀더 공격적으로 세우고 있다. 삼성SDS는 세계 최대 석유생산업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건설 중인 '세계문화센터 DSC'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LG CNS는 현재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사업 비중을 2020년 절반까지 늘릴 계획이다. 최근에는 바레인 전자정부청과 800만달러 규모의 법인등록 및 인허가시스템(BLIS)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IT시장의 총아로 부상한 글로벌 휴대폰시장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한 지 오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1위에 올라선 데 이어 올 1ㆍ4분기에는 전체 휴대폰시장에서도 1위에 올랐다.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가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휴대폰 황제' 노키아의 철옹성을 14년 만에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공개한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3'를 앞세워 글로벌 1위 휴대폰 제조사의 위상을 굳힌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차세대 스마트폰 격전지로 떠오른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앤코에 따르면 LG전자는 전세계 LTE 특허 중 가장 많은 23%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가치로만 79억달러(약 8조8,900억원)에 달해 향후 LTE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기업개선작업을 종료한 팬택도 올해는 기존 북미∙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시장에 진출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내수기업이었던 포털 업계도 잇따라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이르면 다음달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N스토어'를 선보이고 애플리케이션 유통 서비스에 뛰어든다. 이달 초에는 기존에 제공하던 게임을 하나로 묶은 '네이버 게임'을 새롭게 선보이고 게임시장 공략에도 대대적으로 뛰어들었다. NHN은 모바일 게임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소셜네트워크게임(SNG)시장에도 주도권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올해 초 일본 모바일 게임 플랫폼 전문업체 디엔에이(DeNA)와 제휴한 '다음 모바게'를 선보이며 경쟁업체보다 발빠른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다음은 연말까지 다음 모바게에서 제공하는 게임을 100여종으로 늘리고 애플 앱스토어에도 다음 모바게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모바일 게임 전문업체로서의 위상을 한층 다져나간다는 계획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내수시장에 안주해서는 무차별적인 영토 확장을 꾀하는 '글로벌 IT 공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이제 국내 IT기업에게 사업다각화와 해외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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