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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랭킹 8위 기아 왜 여기까지 왔나
입력1997-07-16 00:00:00
수정
1997.07.16 00:00:00
정승량 기자
◎“전문업종그룹” 결국 구조요청/특수강 1조 등 계열사빚 눈덩이/종금사 “늦기전에 회수” 어음 몰려기아그룹의 자금난은 지난 5월부터 본격화됐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자동차와 기아특수강·기산 등 3개사가 최근 급격한 자금압박을 받으면서 제2금융권이 자금회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월 삼성보고서 파문 이후 각 계열사별로 수천억원씩 여신을 안고 있는 종합금융사들이 만기어음을 돌리며 일제히 자금회수에 나섬에 따라 기아그룹은 막대한 어음결제 압박에 시달려왔다. 정부가 제2금융권의 자금회수를 경고하고 나섰지만 실제적인 자금지원보다는 단순히 결제기간을 늦춰주는 선에 그쳤다. 기아는 연기된 어음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이번주를 최대고비로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경영여건에 설상가상으로 자금악화설 등 각종 악성루머까지 겹치면서 기아그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부도는 막아보자는 판단아래 자구노력을 펴왔지만 제일은행측이 부도방지 협약을 신청했다』는 게 기아그룹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아 계열사들 대부분이 경영상태가 좋지 않지만 특히 기아특수강과 아시아 자동차·기산 등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가장 큰 골칫덩어리는 기아특수강. 지난 2년간 무려 1천6백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18만평의 군산공장 증설(연산 72만톤)에만 1조원이나 투입됐지만 특수강의 공급과잉과 수요부진, 가격하락 등으로 가동률이 50%대로 떨어지며 지난해에는 그룹 전체적자(1천2백90억원)의 68.13%에 달하는 8백79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그룹의 부실화를 부채질했다. 채권은행단은 기아특수강의 부채를 1조2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시아는 연간 생산능력이 22만대지만 지난해 판매량은 13만9천대에 불과해 가동률이 60%선에 머물고 있다. 1백45만대 생산능력을 갖고 있는 현대가 1백29만대를 팔아 89%의 가동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건설업체인 기산도 지난해 건설경기 부진으로 67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 계열사로 강제 편입 되면서 각종 대출규제를 받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룹의 모기업인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매출액 6조6천억원, 당기순이익이 7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건실한 외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들 계열사에 모두 지급보증을 서준 상태여서 한 계열사만 삐끗해도 그룹 전체가 흔들릴 위험한 지경이다. 여기에 국내 노동운동의 핵심세력인 기아자동차 노조의 강성 일변도 협상추진도 기아의 자구노력에 발을 걸었다.
특히 기아를 벼랑끝으로 몰아간 것은 최근 이른바 「삼성보고서 파문」을 전후해 나타난 악성루머. 루머가 돌면서 제2금융권이 자금회수에 들어갔고 김선홍 회장이 직접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과 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나 대출회수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안을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김회장은 최근 청와대 고위관계자와도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권은 기아의 호소에 표면적으로 동조해주는 제스처를 보내왔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고 부사장 이상 현 경영진의 전면퇴진과 임원 감축을 집중적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특수강 투자에 대한 판단 미스와 현재의 경영악화를 초래한 주범이 바로 지금의 경영진이라는 입장을 정부와 금융권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게 기아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의 경영진과는 대화가 안되니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 정부와 금융권이 최근 기아에 보내온 사인이었다는 것이다.
기아는 그동안 이같은 정부와 금융권의 외면으로 최대한 피해를 줄이는 방향에서 자구노력을 해왔다. 여의도 사옥을 매각하고 소하리공장으로 본사를 이달 안에 옮기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며 불요불급한 부동산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그 정도 규모로는 역부족이었고 최근에는 아시아와 기산, 기아특수강 매각을 신중하게 검토하기 시작했으나 이번주 어음이 한꺼번에 돌아와 부도 직전에 몰리자 경영진이 배수진을 친 것』이라고 기아그룹 관계자는 밝혔다.
지난 44년 자전거로 시작해 문어발식 기업확장보다는 바퀴외길기업으로 한우물만 파온 기아. 15일 주거래은행에 부도방지협약대상기업으로 신청함으로써 국내에서는 결국 전문기업은 설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정부와 금융권의 결정과 선택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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