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긴급제언] 재벌개혁 서둘러야하는 이유

옷깃을 자꾸 여미게 된다. 올해 겨울은 다들 아픔을 감출 허세마저 잃어버린 것 같다. 떨어지는 노란 가을 은행잎에서 가을을 느끼지 못한 채 우리는 겨울에 부딪히고 있다.겨울은 더욱 더 겨울빛만을 남기고 있다. 창구에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던 한 퇴출은행 행원의 「우리에게 무슨 그리 큰 잘못이 있습니까」라는 항의가 아리하게 가슴을 친다. 사회 전체가 신뢰를 상실했고, 고통분담에 대한 우리의 합의는 아직도 구체적이지 못하다. 공정한 경쟁 대신 특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간섭은 하지 말라는 주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못한다. 외환보유고의 증가, 세계금리 인하 등은 위기극복을 위한 유리한 징후로 보인다. 그렇지만 내수시장 활성화와 수출증대로부터 기인하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재벌그룹의 중복투자와 과다차입에 따른 우리 경제의 부담은 여전히 엄중하다. 이것은 위기의 핵심 저변을 이루고 있다. 60년대 이후 정부주도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압축 경제성장 과정에서 재벌은 일정하게 뚜렷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이후 다각화 경영이라는 명분아래 이루어진 지나친 확장과 과다차입을 통한 중복투자는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지 못했다. 과잉 중복투자로 말미암아 경쟁력을 가질 수 없었던 부실기업들이 재벌그룹내 다른 우량기업의 지급보증과 특혜적 금융대출로 유지되는 것, 거기에 우리 국민경제의 미래가 있을 수는 없다. 결국 그것이 경제 전반의 체질을 약화시켜 금융부실 및 외환위기로까지 치닫게 만드는 중요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냉전체제 종식 이후 장미빛으로 다가왔던 세계화, 세계무역기구(WTO)체제로 상징되는 교역·통상의 자유화, 아니 그 무엇보다도 세계금융자본의 세계화·보편화의 무서운 의미와 함정에 대해 우리 무지했다. 또한 우리는 오만했다. 정부와 재벌 그리고 모든 경제주체들은 우리의 성취에 취해서 세계화의 무서움에 대해 경각심을 갖지 못했다. 가슴을 치면서 후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5대 재벌그룹의 구조조정과 개혁 없이는 오늘의 불투명성을 제거할 수 없다. 무서운 세계화의 함축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내린 의사결정에 대해 재벌그룹 또한 책임을 모면할 수가 없다.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 국민과 더불어 고통분담을 해야한다. 국민들은 「특권을 향유해 온 재벌그룹들이 내일의 새로운 희망을 위하여 고통을 분담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를 강하게 묻고 있다. 이에 대답해야 한다. 실천으로 대답해야 한다. 재벌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산업발전 및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얼핏 보면 설득력있게 보인다. 또다른 관치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지금은 비상한 시기다. 재벌그룹은 우리 국민경제가 진정한 경쟁적인 시장메카니즘에 의하여 작동되도록 협력하여야 한다. 권위주의적 시장경제에서 민주적 시장경제로 패러다임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재벌그룹의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분명히 그렇다. 그동안 막대한 국민적 특혜를 받아온 재벌은 그렇게 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위기를 관리·극복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21세기 국제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패러다임을 제도화시키고 작동시키기 위한 시장의 규칙을 만들고 실현시키는 데에선 국민과 사회의 위임을 받은 정부의 역할은 간절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구조조정은 방향과 방법뿐 아니라 타이밍이 중요하다. 서둘러야 한다. 지금 그것을 하여야 한다. 더 이상 불투명성으로 인한 고통을 국민에게 요구해서는 안된다. 지난 24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개혁의 성과는 5대재벌 개혁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에 의한 심사·평가를 통해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제개혁은 이제 과감하고 단호하게 마무리되어야 한다. 아주 약한 불에 음식을 끓여먹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불이 막 붙은 연탄불에 라면을 끓여먹을라 치면 그 더딘 시간에 기다리다 지쳐버린다. 마침내 라면은 다 불어터져 버린다. 그걸 먹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이 있어야 한다. /국민회의 부총재 金槿泰(국회의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