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와 폭염 등 극한기후현상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경제성장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만큼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7일 정부가 발표한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9.8%로 1993년 12.2%를 기록한 후 가장 높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온실가스를 3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로 다음 해 배출량이 17년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온실가스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6.3%)을 훨씬 웃돌아 종전 몇 해보다 배출 추세가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9년은 온실가스 증가율이 0.8%로 GDP 증가율(0.3%)보다 조금 높았다. 2008년은 온실가스와 GDP가 똑같이 2.3% 증가했고 2007년은 온실가스 증가율이 2.6%로 GDP 증가율인 5.1%의 절반 정도였다.
정부는 2010년 겨울철 한파, 여름철 이상고온현상 때문에 냉난방용 전력 수요가 늘어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2009년 12월25일 이후 3주 동안 한파가 이어졌고 여름철에는 92일 중 81일의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하루 평균기온과 기준온도의 차이를 토대로 냉난방 증감 정도를 가늠하는 냉난방도일수는 2009년 3,329일에서 2010년 3,785일로 13.7% 늘었다. 그만큼 냉난방시설을 많이 돌렸다는 얘기다.
제철ㆍ자동차 생산량 증가도 온실가스를 대량 뿜어내는 데 한몫했다. 2010년 조강생산능력은 전년에 비해 680만톤 늘었다. 자동차 생산도 22%나 증가했다. 전체 온실가스 증가량 가운데 화력발전의 비중은 42.3%, 철강업은 31.6%를 차지했다.
국가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배출 전망치를 바꾸면 국제사회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연도별 배출량 목표를 정하고 탄소세 도입이나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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