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삭감된 회장님들
*2013년 급여는 분기 평균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이 챙겨간다는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견디기 힘들었음일까.
상장사 등기임원 보수 공개 후 고액연봉 논란에 시달렸던 대기업 회장님들의 봉급이 올 들어 일제히 떨어졌다.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받는다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 스스로 삭감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9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4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 들어 첫 3개월치 봉급으로 현대차(12억원), 현대모비스(9억원), 현대제철(7억4,000만원) 등 3개 계열사에서 총 28억4,000만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이들 계열사로부터 받은 정 회장의 급여가 140억원, 분기 평균 3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9%(6억6,000만원)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급여는 그대로지만 보너스가 뚝 떨어진 총수도 있다. SKC의 경우 최신원 회장의 1·4분기 급여로 지난해 분기 평균과 같은 5억7,500만원을 지급했지만 1년 전 29억에 달했던 성과급은 올해 14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에서 성과보수로 11억7,000만원을 타갔던 정지선 회장도 지난 분기에는 급여와 상여금(7억1,400만원)만 가져갔을 뿐 인센티브는 한 푼도 챙기지 않았고 조석래 효성 회장도 정기급여(6억6,300만원)가 전부였다.
여기에 이미 지난해 보수를 반납하고 이번 분기에 봉급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과 실적 악화 계열사에 대한 무급 경영을 선언한 허창수 GS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까지 포함하면 주요 대기업 총수 중 상당수가 연봉 낮추기 대열에 참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대기업 총수 일가가 보수를 줄인 것은 아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딸인 신영자 호텔롯데 사장이 올해 첫 3개월 동안 급여는 지난해 분기 평균과 비슷한 6억2,515만원을 받았지만 상여금은 4억원이나 많은 11억6,681만원을 챙긴 게 대표적이다.
아직 많은 대기업 총수들의 분기 보수가 다 공개된 아니라는 점도 자진삭감을 추세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연봉 공개 기준이 5억원이기 때문에 3개월간 4억9,999만원을 받았으면 봉급 내역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신격호 회장 등의 1·4분기 보수가 발표되지 않은 것도 월급 봉투가 얇아져서라기 보다 5억원의 기준에 미달한 탓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기업 총수들이 여론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연봉 공개의 긍정적 효과를 찾고 있다. 고액연봉 내역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던 오너들의 보수 수준도 어느 정도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강정민 연구원은 “만약 개별임원 보수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논란이 됐던 기업들의 오너들이 스스로 봉급을 줄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는 그 동안 총수 일가에 지급됐던 연봉이 지나치게 놓았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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