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강세를 이어가자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상장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단기차입금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상장사들은 재무구조가 부실하고 실적도 부진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자금조달에 나서는 곳들도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시장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이 자금을 조달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본업과의 연계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업황 부진 등으로 실적이 개선되기 어려운 기업의 경우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중 유상증자를 공시한 기업은 30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곳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문제는 올 들어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밝힌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아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장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할 때는 그 목적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상증자가 대규모 부채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유상증자를 공시하고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기업 9곳 중 아이넷스쿨(060240)·알에프텍·코렌·데코앤이(017680)·스틸플라워(087220)·한솔신텍(099660) 등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아이넷스쿨·데코앤이·한솔신텍·스틸플라워는 적자가 확대됐다. 또 지난해 3·4분기 누적 실적이 공개된 기업 9곳 중 7곳의 영업이익도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타바이오(026260)와 엘이티에스는 지난달 서로의 최대주주를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두 회사가 사후면세점 제품 공급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사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보타바이오는 앞서 지난달 13일 신규 제약사 인수를 위한 자금마련 차원에서 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발표했다. 사업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도 급등했다. 엘티에스(138690)는 증자 발표 당일인 지난 1월28일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보타바이오도 같은 날 전 거래일보다 10.27% 상승한 5,69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엘티에스는 지난해 3·4분기 누적 영업적자만 65억원에 달했고 보타바이오 역시 2012년부터 지난해 3·4분기까지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통상 재무구조와 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하는 유상증자는 대규모 부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유상증자를 지나치게 빈번하게 한다면 자금조달 이유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차입금을 늘린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초 한솔인티큐브(070590)는 자금확보를 위해 단기차입금을 40억원 늘리기로 했다. 한솔인티큐브는 지난해 3·4분기까지 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팬엔터테인먼트(068050)는 1월 만기 전 사채취득 목적으로 7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했다. 단기차입급 총액은 92억7,000만원에서 162억7,000만원으로 늘어났다. 팬엔터테인먼트는 같은 기간 4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가장 최근 3·4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적자가 확대됐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차입금이 늘어난 상장사의 경우 실적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유동성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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