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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환란 2년] 2. 타이의 구조조정
입력1999-07-01 00:00:00
수정
1999.07.01 00:00:00
이형주 기자
외환위기 2년째인 타이 정부는 최근 경제회생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가 시작된 지난 9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0.9%의 플러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당초 1%로 예상했던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타이 재무장관이 IMF로부터 추가 구제금융을 받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외환위기 탈출에 대한 자신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지난 97년 7월2일, 타이 정부의 자유변동환율제 이행을 신호탄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바트화 폭락을 동반하며 타이 경제를 순식간에 파국으로 몰고갔다. 통화가치 방어를 포기한 지 한달여만에 달러 보유고 부족으로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고 다급해진 정부는 그해 8월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로부터 172억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아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IMF의 경제 신탁통치를 받은 지난 2년간 타이 국민들은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받았고 구조조정의 한파 속에 문을 닫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속출했다.
환율제도 변경 이후 바트화 가치는 급전 직하로 떨어져 97년 7월초 달러당 25바트이던 환율이 98년 1월초에는 56바트까지 추락했다. 물가는 두 자리수로 상승했고 경제성장률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외환위기가 한창 진행중이던 97년 11월초 취임한 츄안 릭파이 총리는 IMF와의 합의에 따라 예산 삭감, 부실금융기관 정리, 파산법 개정, 국영기업 민영화 등 포괄적인 개혁안을 발표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작업에 착수했다.
97년 12월 영업정지를 받은 58개 금융회사 중 56개사의 페쇄를 시작으로 외환위기 발생 이전에 91개에 달하던 금융회사를 24개로 줄였고 시중은행도 15개에서 12개로 줄였다.
또 외국 채권기관들과 단기외채의 만기연장 협상을 벌여 350억달러가 넘는 단기외채를 200억달러 이하로 줄여 외채구조를 안정적으로 바꾸었고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 지분 한도를 폐지하는 등 법적, 제도적 정비작업도 병행했다.
이같은 타이 정부의 신속한 구조조정 덕분에 IMF로부터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 중 조기 회복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지목 받은 등 국제금융기관들의 신인도가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던 바트화는 최근 달러당 36바트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또 실물경제의 회복세도 빨라져 지난 97년과 98년 각각 마이너스 0.4%, 마이너스 7%를 기록했던 GDP 성장률이 올해 1% 이상의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와함께 10%를 웃돌았던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졌고 외환위기 직후 20%까지 치솟았던 은행간 콜금리도 최근 2%대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거시지표의 이같은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타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IMF 체제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타이에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47%가 경제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답했고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답한 사람이 22.6%,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28.6%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타이 국민들이 아직도 경기회복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LHJ30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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