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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사상과 안경

남의 사상, 남의 종교에대해 서로 상관하지 않는 사회가 성숙되고 선진된 사회일 것이다.서로 상관하지 않기때문에 남의 사상을 검증하자고 할 필요가 없다. 또 그런 검증에대해 아니라고 변명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사상의 자유 혹은 사상의 평화공존은 이상(理想)일뿐 현실적으로는 사상의 대결이 피를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광복이후 우리가 걸어 온 길이 그러했다. 사상은, 짧게 끊어 말하면, 자기가 옳다고 믿는 가치체계이자 기준이다. 사상이 다르다는 것은 옳고 그른 기준이 서로 다른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타협되기가 어렵다. 또 사상은 세상 일을 보는 안경과도 같다. 끼는 안경이 다르면 같은 사실(事實)일지라도 희게 보이고 검게 보인다. 사실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다. 최근 일부에서 시비가 되고있는 6.25관(觀)이 그런 사례인것 같다. 가치의 기준이 대립적이며 세상 일에대한 해석이 대결적이기 때문에 격동하는 사회일수록 사상의 문제는 피차 생사를 거는 투쟁이 되기쉽다. 사상의 대결은 꼭 정치의 장(場)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은 아닌것 같다. 경제에서도 그런 대결은 발생하고 있다. 국가가 시장을 통제하고 간섭해야 한다는 국가간섭주의와 그런 국가의 간섭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신 자유주의, 그리고 그 중간에서 새 길을 찾아야한다는 「제3의 길」이 대결하고 있다. 경제와 관련된 이런 주의 주장의 대결을 어찌 사상의 대결로 볼 수 있겠느냐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자유주의를 취하는한 좌파적 사상은 저절로 부정되는 것이며 반대로 국가주의를 취하는 사람중 일부의 견지에서 보면 자유주의는 보수 반동을 뜻할수도 있다. 무대를 경제로 옮겼을뿐 그 뿌리에는 사상의 대결이 가로 놓여있다. 그래서 정치적 사상대결의 대리전 비슷한 양상을 띄기도 한다. 사상문제는 참으로 골치 아픈 문제이다. 매우 절박한 현실적 문제이면서도 그 뚜껑을 열기가 매우 조심스러운 화약고와도 같다. 분단국가인 우리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마녀사냥의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위험한 징후를 외면하고 덮어둘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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