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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불안 심화… 물가비상] 물가대책 무엇이 잘못됐나

얕본 구제역…방치한 전세난… "안일한 초기 대응 禍 키웠다"<br>정유·통신등 독과점 산업 가격 못잡고 소리만 요란<br>한번 경험한 채소대란 뒷북 대책에 효과 미미<br>지나치게 경제성장 의식, 금리정책 타이밍도 놓쳐

지난 2월 소비자물가가 2년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전년 동월 대비 4.5% 상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2일 오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천 정부청사에서 10개 부처 장ㆍ차관을 모아놓고 긴급 물가안정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다. 윤 장관은 "금융위기를 국민의 합심으로 극복했듯 이번에도 기업과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과 기업의 노력'은 역으로 보면 정부만의 힘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기 버겁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관의 명령'이 좀처럼 먹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물가상승 조짐이 나타나던 지난해 하반기 초동 대응을 잘못한 것이 두고두고 부담을 안기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안이한 대책으로 물가를 오늘의 상황으로 만들어놓고 이제 와 국민과 기업의 협조를 외치고 있다는 얘기다. ◇구제역, 너무 얕봤다=지난해 말 구제역이 처음 나타났을 때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구제역으로 공급이 줄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육류소비를 꺼릴 것이기 때문에 가격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구제역에 따른 살처분ㆍ매몰 규모가 30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쇠고기ㆍ돼지고기는 물론 우유ㆍ치즈 등 관련 가공제품 공급마저 차질을 빚었다. 이는 그대로 식탁물가 부담으로 돌아왔다. 정부가 올해 초 부랴부랴 삼겹살 할당관세를 0%로 낮췄지만 해외 수입업자들은 적용물량을 우리의 급한 사정을 역이용해 현지 수출가격을 관세 인하폭만큼 올리기까지 했다. ◇전세난 방치했다=공공임대주택 감소, 뉴타운 개발, 금융위기 이후 분양주택 감소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난은 사실상 예고됐다. 언론의 잇따른 지적에도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해 9월 "현재 전세난은 매년 이사철에 나타나는 수준으로 예년보다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2월에도 "매매대기수요가 전세로 눌러앉으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2월 들어 부랴부랴 전세대출 및 공공주택 확대 등 전세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는 '전세시대는 끝났다'는 지적까지 나오며 반(半)전세까지 나타난 상황. 오히려 정 장관은 전세난으로 서민들이 헤매는 동안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을 비싼 가격에 전세놓고 있었다. ◇독과점 물가단속, 빈 수레가 요란=윤 장관은 2월 "정유와 통신산업은 경쟁확산을 위한 시장구조 개선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독과점산업 물가단속 의지를 내비쳤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내가 회계사다. 단기 개업한다는 마음으로 원가계산을 해보려 한다"고까지 했다. 애초부터 시간이 걸릴 문제였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업계만 자극하고 가격은 잡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중동 민주화 시위까지 터지면서 2월 석유제품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8% 올랐다. ◇채소 대란, 알고도 또 당했다=지난해 배추 한 포기에 만원을 넘어서는 배추 대란이 일어나자 정부는 "이상기후 때문"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았다. 부랴부랴 유통체계 개선, 직거래장터 확대, 중국산 긴급수입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수입산 채소는 맛이 없어 시장에서 외면 받았고 유통체계 개선은 발표 후 이렇다 할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않았다. 결국 올 겨울 이상한파로 2차 배추 대란을 맞아야 했고 정부는 '그때 그 대책'을 고장난 녹음기 틀듯 되풀이하고 있다. ◇실기한 금리정책=무엇보다 아픈 것은 통화정책이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었던 지난해 10월 금융통화위원회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3개월 연속 동결했다. 시장은 물론 국회에서까지 "지나치게 성장을 의식했다"고 비판했지만 한국은행은 주요 선진국의 경기부양책 등을 이유로 동결을 고집했다. 특히 지난해 중반부터 물가안정, 금리 정상화 기조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점을 들어 '우측 깜박이를 켜고 좌회전한 셈'이라는 비판까지 받아야 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75%까지 올렸지만 때는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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