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만기 변액보험을 들면 그 자금은 단일 펀드에 투자되는데, 그 펀드의 수익률이 항상 좋을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예금이자보다 못한 수익률이 나오기도 합니다. 시장 상황 변화에 맞는 적절한 펀드를 골라 분산 투자해 10년 이상 꾸준히 연 6~7%의 수익률을 유지하는 펀드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김병규(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투자솔루션본부장은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7일 출시한 '스마트펀드셀렉션' 펀드와 관련, 이 같이 설명했다.
이 펀드는 일종의 '펀드랩(Wrap)' 개념의 상품으로 국내에서 설정된 펀드 여러 곳에 분산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최소위험모델(MDP·Most Diversified Portfolio)을 활용해 자산 유형별 투자비중 및 펀드 스타일별 투자비중을 결정한다. 투자자를 대신해 펀드가 알아서 투자할 펀드를 선택하고 투자 비중과 위험을 관리하는 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수로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률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게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설명이다.
또한 국내·해외펀드, 채권·주식펀드에 분산투자하고, 특히 주식펀드에서 대형주, 중소형주 등 세분화해 각 유형별 펀드에 투자하기 때문에 자산배분 기능도 수행한다. 김 본부장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은 정기적으로 투자 대상 펀드를 교체하는 균형조정이 필요한데 고객 스스로 자산을 배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퇴직연금 자금을 1차 목표 고객층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재간접펀드에 따른 추가 수수료 부담은 판매보수가 적은 F클래스(기관투자자 전용)나 W클래스(랩어카운트 전용) 펀드에 주로 투자함으로써 최소화했다. 개인투자자가 가입 가능한 A·C클래스 펀드의 총 보수가 연 140~150bp(1bp=0.01%포인트)인 반면 스마트펀드셀렉션펀드의 총 보수는 95bp 선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출시한 지 한 달이 안된 이 펀드의 설정액은 20억원이다.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는 아직 시판하지 않았지만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김 본부장은 "아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단계에 있다"면서도 "개인형퇴직연금(IRP)를 중심으로 자산관리(WM) 담당 쪽에서 상품에 대해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가 추구하는 운용 원칙은 장기간 헤지펀드를 운용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속한 한국금융지주의 싱가포르 자회사인 키아라어드바이저스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재직하면서 2008년부터 4년 반 동안 헤지펀드 운용을 담당했다. 헤지펀드의 특성상 시장의 하락 등 어떤 악재가 있어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한 경험에 자산배분 성향을 담아 현재의 운용방식을 견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펀드매니저들은 리스크는 관리할 수 있지만 이익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다"며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으면 장기적으로는 수익도 따라온다는 것을 운용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의 이 같은 운용 지향성은 지난 3월 출시한 '중국고배당인컴솔루션'펀드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국본토펀드들이 주로 중소형주펀드인 데 반해 이 펀드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중국 내 대형주에 투자한다. 그는 "정부 지분이 있거나 시가총액 400조원 이상인 대기업 중에서도 배당수익률이 4~5%를 오가는 종목이 적지 않다"며 "중국의 경제성장이 장기 지속하리란 믿음을 바탕으로 고배당주 위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장기투자 콘셉트에도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월간 누적 수익률은 15.79%로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설정액 역시 3개월 남짓 만에 107억원(11일 기준)을 나타내고 있다.
김 본부장은 MDP에 따른 장기투자에 맞는 상품을 계속 준비 중이다. 그는 "글로벌 자산배분펀드를 지난해부터 준비 중이며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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