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폭발사고를 일으킨 울산 공단의 사고 원인이 사실상 업체들의 과실로 드러나면서 공단지역 안전을 위한 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세월호 참사로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울산화학기업의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 동안 활발하게 진행중이던 기업규제 완화 움직임에 기업들 스스로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는 지적이 많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19일 울산시와 울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폭발 및 질식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한 후성과 SK케미칼 울산공장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인 울산경찰청 합동수사본부는 이들 업체가 운영수칙이나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우선 후성이 보일러에 적정 용량을 초과한 가스를 주입, 폭발사고가 났다는 보일러 설치업체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합동수사본부는 또 질식사고를 낸 SK케미칼에 대한 과실도 일부 확인했다. 경찰은 SK케미칼 설비관리팀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고 당시 환기시설이나 안전 장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들 기업체 관계자들을 책임자들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울산지역 공단의 폭발사고가 이처럼 기업들의 과실이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국가산업단지에 대한 안전 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울산 공단의 잇따른 폭발사고는 공단 내 안전점검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등 지나친 규제 완화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이 같은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울산 산단을 비롯한 전국 주요 산업단지의 화학물질 취급업체에 대해 합동점검 방침을 수립하면서 대상 기업에 따라 해당 지역 소방관서 등이 연간 최소 2~4 차례까지 하던 점검을 1차례로 줄이기로 했다. 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조치였다.
하지만 이번 사고들을 통해 규제 완화를 요구하던 산업계의 명분은 약해지고 반면 안전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정치권에선 화학물질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화학물질 유출 사고 시 사업장 매출액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한 기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지역사회의 화학물질 관리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이 개정안은 기업들이 지역주민에게 유독물질 등의 취급량과 배출량, 이동량까지 세세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너무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사고를 통해 반대 명분도 약해져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이 대폭 높아지고 화학물질 관리 투명화 등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지역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형 화학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는 국가 산단의 안전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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