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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성악가와 일본인 노의사의 아름다운 우정이 일본에서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유지태 주연의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년작)'의 실제 주인공인 테너 배재철(45)과 103세의 일본인 현역 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 일본 성누가국제병원 이사장의 이야기다.
도쿄신문은 3일 요양시설에서 자원봉사하는 합창단원들을 위해 히노하라옹이 작사·작곡한 '사랑의 노래'를 담은 일본어 음반을 배씨가 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한 배씨는 최근 도쿄·나고야 등지에서 자신이 노래를 부르고 히노하라옹이 대담하는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 데 이어 이번에 앨범을 발매했다.
갑상선암 제거 수술 후 한때 목소리를 잃었던 배씨는 일본인 팬들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성대 회복 수술을 받은 뒤 성악가로서 극적인 재기를 했다.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도 실제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했던 배씨가 일본 공연기획자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수술 받고 재기에 성공하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우정을 담고 있다. 이런 사연 때문에 일본에서 지명도가 높은 배씨는 2년 전 히노하라옹의 생일을 축하하는 미니 콘서트에 나선 것을 계기로 히노하라옹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 배씨의 노래를 들은 히노하라옹은 "이 정도로 하나님의 존재를 느낀 적이 없었다"고 절찬했다고 한다. 의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05년 문화훈장을 받는 등 명망이 높은 히노하라옹은 이 만남을 계기로 "배씨의 노래를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평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공헌"이라며 배씨의 일본 활동을 적극 후원해왔다.
두 사람은 지난달 10일 도쿄에서 열린 신작 발표 콘서트에서 손을 맞잡은 채 무대에 올라 2,000여 청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
리리코 스핀토는 이탈리아 말로 서정적인 섬세함과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힘 있는 목소리를 가진 테너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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