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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큰 방향만 잡으면 됩니다. 지금처럼 행정부에 협조하지 않으면 결국 좌절하는 건 국민이에요."
윤증현(사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국가시스템을 개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국회를 지목했다. 그는 서울경제신문이 '국가시스템 개조하자' 시리즈를 시작한 지난 3월 인터뷰에서도 가장 먼저 변해야 할 대상으로 국회를 지목했다. 윤 전 장관은 "시장에 근접한 행정부에 정책권한을 위임하고 국회는 사후감시감독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3월 당시 윤 전 장관은 새 정부의 조직개편이 국회에 막혀 지연된 것을 안타까워했는데 이번에는 부동산 대책을 예로 들었다. 그는 "행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도 국회가 협조를 안 해주니까 국민들이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를 반복한다"며 "국회는 지금 시장상황하고 전면 배치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동산이 무조건 오르던 시절 정책을 국회 혼자 고집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면서 부동산 세제도 전면 개편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며 " 다주택자가 집을 사는 게 고마운 것이고 분양가 상한제가 없어져야 민간주택 공급이 는다는 현실을 국회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대한민국 국회와 미국 상원의원을 종종 비교하고는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 권한이 훨씬 막강하다는 것이 요지다. 과거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제왕적 국회'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그는 "신성장ㆍ규제완화 모두 법적인 문제라 여의도를 와야 한다"며 "예산 등 정부권한 대부분이 국회로 와 있는 상황에서 행정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국회는 정파적 목적이 앞서면 안 된다"며 "무조건 타협하자고 할 게 아니라 경제적 논리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6개월간 정책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아직은 호흡을 맞추는 단계로 보이는데 시간이 가면서 바로잡아질 것"이라며 "다만 전체적 그림이 안 보이고 각개전투를 벌여 방향성이 아쉬울 때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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