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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경제청문회
입력1998-11-25 00:00:00
수정
1998.11.25 00:00:00
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내달부터 경제청문회가 열린다 하는데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다. 기대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작년 경제위기의 원인과 경과에 대해 속시원히 밝혀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요즘 IMF사태로 고생하고 있는데 무엇때문에 그렇게 됐는지 모두들 잘 모르고 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경제위기에 대한 여러 진단이 나왔지만 아직 종합적인 공식보고서는 없다. 그래서 막강한 권능을 가진 국회에서 관계자들을 불러 잘 조사하면 그동안 안드러났거나 잘못 알려졌던 사실들이 많이 밝혀질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크다. IMF사태는 몇몇 사람만 잘못한 것이고 다른 사람은 전혀 억울하게 당했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데 과연 그런 것일까.
국회조사를 통해 객관적 사실이 밝혀지면 벌받을 사람, 비난받을 사람도 많을 것이고 또 드물겠지만 억울함을 다소 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누가 이런 사태를 만들었냐”고 큰소리치던 사람중에 알고 보니 그사람들도 한몫 거들었더라 하는 사실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경제청문회는 어느 쪽으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을 잔뜩 안고 있다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처음엔 서로 조심하겠지만 일단 열이 오르면 어떤 사태로 번질지 모른다. 그런 사태는 구경거리로는 매우 좋겠지만 뒷맛은 씁쓸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은 나라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라운영이 구멍가게보다 못했구먼…”하는 소리를 들을까봐 겁난다.
태국(泰國)이 금년 여름에 낸 환란보고서(누쿨보고서)를 보고 참 냉정하고 치밀하게 잘 조사했구나 하고 느꼈다. 한국은 태국보다 경제적으로 앞선 나라이고 또 환란 후 시간도 더 지났으니 더 훌륭한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가닥 우려를 감출 수 없는 것은 환란보고서를 둘러싸고 여야가 자기장사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태국보다 훨씬 보고서를 잘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실제 만드는 것과는 별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邪)가 끼면 엉뚱한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벌써 여야가 조사특위의 명칭부터 한라운드 치렀고 위원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전직대통령을 포함시킬 것인가, 심지어 위원장을 누가 할것인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옛날에도 이렇게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된 문제는 국회조사가 순항하지 못하고 나중엔 조사보고서까지 따로따로 낸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도 자꾸 그런 우려가 앞선다. 우려가 반이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요즘 우리 국회의 수준을 몰라보고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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