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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개구리 해부해 보자”/디지털세계가 다가온다

◎CD 이어 HDTV… 신시대 풍경 연출/디지털 휴대전화,어디서든 통화 가능/냉장고·자동차·전자레인지·세탁기 등…「개구리를 해부하지 마라. 한마리 만들어 보라」 한국을 6번이나 방문한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미디어연구소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소장은 유명한 그의 저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이제 어린이들은 개구리를 알기 위해 개구리를 해부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어떤 것이라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 어린이들이 개구리를 디자인하고, 개구리같은 형태를 지닌 동물을 만들고, 개구리의 형태를 변형하고, 근육을 시뮬레이트하고, 개구리와 함께 논다」는 것이다. 사실 현대의 도시 어린이들은 논에서 개구리를 잡지 않고 컴퓨터에서 개구리를 찾으며, 어항 속에서 올챙이를 기르지 않고 컴퓨터에서 개구리를 만들어낸다. 이 「디지털 개구리」는 디지털 기술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디지털 경칩」이 되면 그동안 움크리고 있던 컴퓨터 속에서 뛰어나와 「디지털 울음」으로 「디지털의 봄」을 선언할 것이다. 곧, 우리들의 안방으로, 사무실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디지털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지난 80년대 등장한 디지털 시계는 째깍거리는 소리 대신 액정 화면에 나타난 시와 분 사이에 있는 「:」 표시를 깜박거리면서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카운트 다운하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 콤팩트 디스크(CD·Compact Disc)가 카세트 테이프를 제치고 나타나 디지털 시대의 청량한 복음을 들려주고 디지털 고선명 TV(HDTV·High Definition TV)가 얼굴을 내밀면서 풍요로운 디지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휴대전화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디지털 대화」를 가능하게 했고 디지털 컴퓨터는 인터넷과 CD­ROM(Compact Disc Read Only Memory)을 통해 어떤 형태의 정보든지 원하는대로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자유」를 선사하고 있다. 그뿐아니다. 디지털 냉장고는 신선한 「디지털 음식」을 보관하고 디지털 전자레인지와 오븐은 따끈따끈한 「디지털 음식」을 요리해내며 디지털 세탁기는 깨끗한 「디지털 빨래」를 내밀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우유가 다 떨어진 사실을 확인한 「디지털 냉장고」는 당신이 집으로 돌아올 때 우유를 사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신의 「디지털 자동차」에게 요청할 수도 있다. 또 「디지털 토스터」는 당신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토스트를 집어드는 순간 「디지털 믹서」에게 과일을 갈아 맛있는 주스를 내밀 것을 지시할 수도 있다. 「디지털 화장실」은 당신이 좌변기에 앉아 신문을 보는 즐거움을 뺏아갈 것이다. 「디지털 좌변기」는 당신이 힘을 쓰고 있는 동안 문에 달린 화면을 통해 오늘의 주요 뉴스를 알려주거나 오늘의 일정에 대해 브리핑할 것이다. 그 동안 「디지털 좌변기」는 당신의 대변과 소변을 분석하여 당신이 일을 마치고 일어나 옷을 추스릴 때 당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조언할 것이다. 이 모두 당신이 「디지털 사무실」에서 「디지털 집」으로 돌아와 「디지털 욕실」에서 몸을 씻고 「디지털 식사」를 하고 「디지털 책」을 읽은 뒤 「디지털 전등」을 끄고 「디지털 침대」에서 잠을 자면서 꾸는 재미있는 「디지털 꿈」이다. 네그로폰테 소장은 이같은 디지털 세계가 가져올 영향과 혜택을 이해하는 지름길은 원자(atom)와 비트(bit)의 차이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있다」고 설명한다. 원자는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이며 비트는 정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고 할 수 있다. 생물의 유전자(DNA)는 A(아데닌)·C(시토신)·G(구아닌)·T(티민) 4가지 염기(분자)로 이루어지지만 정보의 DNA는 0과 1(ON과 OFF, ○와 ×, Yes와 No) 2가지로 구성된다. 곧 디지털 정보는 0과 1의 조합(2진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컴퓨터통신이 등장하기 전까지 정보는 모두 원자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가공되고 저장되고 전달됐다. 편지·신문·잡지·책 등의 형태로 만들어진 정보는 원자의 형태로 전달된다. 컴퓨터통신이 널리 보급되면서 정보는 원자에서 벗어나 비트로 환산되기 시작했다. 컴퓨터통신은 정보를 비트의 형태로 생산·가공·저장·전달한다. 보기를 들어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를 원자의 국제 이동에 관한 협정이라고 한다면 지난 2월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의 전기통신기본협정은 비트의 국제 이동에 관한 협정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통신은 원자로 이루어진 현실 세계를 빠른 속도로 비트가 주도하는 디지털 세계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비트는 색깔도 냄새도 크기도 무게도 없다. 단지 0과 1로 구성되는 정보만 담고 있을 뿐이다. 비트는 디지털 세계를 이루는 기본 요소다. 원자로 이루어진 현실 세계에서 시간과 공간의 단위는 각각 시·분·초와 미터·피트로 구성된다. 반면 비트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의 시간과 공간은 각각 ㎑·㎒와 KB(킬로 바이트)·MB(메가 바이트)로 만들어진다. 「디지털 개구리」가 상징하는 디지털 세계는 ㎑·㎒와 KB·MB를 단위로 하는 사이버 현실(Cyber Reality)을 구현할 것이다. 네그로폰테 소장은 미국의 유명한 여가수 마도나의 팝송 「Material Girl」에 빗대어 앞으로 「디지털 인간」의 등장을 예견했다. 「디지털 인간은 멀티미디어의 세계를 훌쩍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로 이동한다. 그 곳은 지식인 선언문 따위를 발표하는 세상이 아니라 실제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실현하는 현장이다. 그들의 결혼식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이루어진다. 그들 자신은 스스로를 비트닉(Bitniks)이나 사이브리안(Cybrarian)이라고 부른다. 그들의 사회적 이동성은 전 지구를 포함한다. 오늘날 그들의 살롱은 파리의 카페나 케임브리지의 페이 빌딩 안에 있지 않다. 그들의 살롱은 네트 어디엔가에 있다. 그것은 디지털이다.」<허두영> ◎디지털이란 무엇인가/문자·그림 등 데이터 하나의 매체서 처리 장점/분명한 색·맑은 음향… 정확한정보 제공/예·아니오 2진법 점멸방식으로 신호 송수신 최근 미국에서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마비된 여인이 눈을 깜박이는 방법으로 자신을 성폭행한 범인을 지목하여 체포한 사건이 있었다. 또 의식만 살아있는 전신마비 상태에서 가족이 가리키는 알파벳을 보고 눈을 깜박여 책을 저술한 언론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다. 이같은 「인간 승리」에 관한 최근의 해외토픽은 「디지털 승리」의 사례로 꼽을 수도 있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는 주어진 대상에 대해 눈만 깜박이는, 곧 YES·NO(2진법)의 가장 단순한 형태가 「디지털 승리」를 이끌어낸 것이다. 개똥벌레 암컷은 꽁무니에서 불빛을 반짝여 정보를 보내는 방법으로 수컷을 부른다. 암컷은 발광세포로 린을 만들어 1초에 70∼80번 반딧불을 반짝인다. 이같은 ON·OFF 점멸방식이 곧 디지털 신호방식이다. 점멸속도를 빠르게 하면 정보를 보다 많이 보낼 수 있고 빛의 세기를 강하게 하면 보다 멀리 보낼 수 있다. 만약 성폭행을 당한 여인이 눈을 깜박이는 방식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계속 모기만한 목소리로 입술만 달싹거리며 범인의 이름을 말하려고 했다면 가족은 좀처럼 그 이름을 알아 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알아들었다 하더라도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면 누구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눈금으로 나타나는 아날로그 저울은 그 무게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디지털 저울은 숫자로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방식은 ON·OFF의 가장 단순한 형태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정보를 생산·가공·저장·전달하는 모든 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되지 않는다. 정보의 내용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영상은 선명한 색상과 질감을 나타낼 수 있고 디지털 음향은 청량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디지털 데이터는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디지털 방식은 또 모든 형태의 정보를 ON·OFF로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정보를 같이 생산·가공·저장·전달할 수 있다. 아날로그 방식은 영상·음향·문자·그림 등의 데이터를 제각기 고유한 매체를 통해 다룰 수밖에 없지만 디지털 방식은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매체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멀티미디어다. 보기를 들면 영상 속의 개구리(수놈) 옆에 「디지털 개구리」(암놈)가 다가가게 하여 수놈은 실제 목소리로, 암놈은 디지털 목소리로 같이 개골거리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방식은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얼마든지 창출할 수 있다. 디지털 방식의 또다른 장점은 데이터를 압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기를 들어 「디지털」이라는 데이터를 「D」로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생산·가공·저장·전달하는데 편리하다.<허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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